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린카 몰려온다]전기차 vs 수소차 패권전쟁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2006년 다큐멘터리 영화 ‘누가 전기차를 죽였나(감독 크리스 페인)’는 전기차의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미국 자동차 대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1996년 전기차 ‘EV1’을 최초로 대량 생산했으나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출시 7년 만에 폐기처분하는 장면이다.

전기차 운전자들은 EV1을 지키기 위해 180만달러(약 19억원)을 들여 EV1 78대를 구입하겠다고 했지만 GM은 이마저도 거절했다. EV1 지지자들은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의 등장으로 가솔린과 디젤차 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해 EV1를 폐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번 충전으로 최장 300km를 시속 150km로 달릴 수 있었던 EV1은 내연기관차를 대신할 기대주였다.

세계 최초 양산 수소차 현대 ‘투싼 iX’

EV1이 사라진 지 10여년. 친환경차가 몰려오고 있다.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가 비운을 맞이했던 EV1의 후예들이 ‘그린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세를 불리면서다. 유럽연합(EU)의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 단계인 ‘유로6’의 엄격한 기준 등 전지구적 환경의식이 고조되면서 친환경차는 이제 더이상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전기차 시장은 전년대비 미국 21%, 유럽 60%, 중국 215%라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세계 최다 판매 전기차 르노닛산 ‘리프’

이런 가운데 친환경차의 쌍두마차인 전기차(EV)와 수소연료전지차(FCV)는 ‘패권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테슬라)과 유럽(르노)은 전기차 ‘수성’을, 한국(현대)와 일본(도요타)은 수소차 기술력을 앞세워 ‘역전’을 노리고 있다. 도요타는 최근 수소차 특허 5680건을 무상 개방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 대량생산 전기차 GM ‘EV1’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물이야 말로 미래의 석탄”이라는 140년 전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소설 ‘신비의 섬’까지 거론하면서 “이제 베른의 꿈은 일본에서 실현되고 있다”며 ‘수소 사회’ 실현을 확신했다. 반면 물리학자 출신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여기, 전기차 사회의 도래를 확신하는 총리가 있다”며 “2020년까지 1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GM이 EV1을 자체 회수해 폐기처분한 모습.

글로벌 차 메이커들의 신경전도 뜨겁다.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지금 자동차의 역사가 바뀌려 한다”며 수소차의 미래를 밝힌데 반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수소차는 어리석은 선택”이라며 대놓고 찬물을 끼얹었다. 자동차 업체들은 새로운 그린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합종연횡도 불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친환경차 보급은 걸음마 단계다. 현대차가 수소차 개발에서 세계 최초로 ‘투싼iX’를 양산하며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비한 인프라에 발목이 잡혀 선두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역시 제주를 중심으로 한 ‘탄소 제로 섬’ 프로젝트 가동이 초기 단계에 있다.

LG경제연구원의 김경연 연구원은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지자체와 협력업체가 뛰어들어야 한다”며 “정권 바뀔 때마다 정책이 휘둘려서는 안되고 서로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EVㆍElectric Vehicle)
전기만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자동차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배출되는 배기가스나 소음이 거의 없다. 그러나 고가의 전지와 전국 급속 충전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고 충전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수소연료전지차(FCVㆍFuel Cell Vehicle)
차량 내 고압 탱크에 저장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만들어낸 전기로 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자동차다. 매연없이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무공해 차량이기 때문에 석유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차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넘어서는 궁극적인 미래 자동차로 평가된다. 손쉽게 연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압의 수소탱크에 저장하는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수소충전소에 드는 막대한 비용(약 40억원)도 걸림돌이다. 


/che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