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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樂]막장드라마 뺨치는 뮤지컬 스토리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눈과 귀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쇼뮤지컬과 달리 신선한 소재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창작 뮤지컬 10편이 올해초 잇따라 선보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에서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작품들이다.

야구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인디뮤지션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이야기를 다룬 ‘달빛요정과 소녀’, 거세당한 카스트라토를 주인공으로 한 ‘파리넬리’ 등 노래 좋고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수작(秀作)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작품에서 2% 아쉬웠던 것은 뜬금없는 스토리였다.

예를들어 ‘달빛요정과 소녀’에서는 주인공 여고생 아리영이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이 아프다며 아파트 옥상에 올라간다. 2013년 기준 서울에서 하루 평균 55쌍이 이혼했다고 하는데 이혼 가정의 자녀는 모두 옥상에 올라가야 하는 것일까. 아리영이 자살소동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다보니 루저들의 처절한 감성을 담은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노래가 겉도는 느낌이었다.

[사진제공=엠뮤지컬아트, 에이콤인터내셔날]

가야시대 우륵의 이야기를 다룬 ‘가야십이지곡’은 지나친 여백의 미를 추구한 경우다. 막이 내린 뒤에도 줄거리가 무엇인지 생각하느라 한참 동안 머리를 싸매야 했다.

물론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들 중에도 막장드라마 뺨치는 스토리가 적지 않다.

독일 뮤지컬 ‘로빈훗’은 과도하게 세금을 거두는 권력에 맞선 영웅 로빈훗이 주인공이다. 로빈훗은 천신만고 끝에 혁명에 성공해 태평성대를 이룬 뒤 필립 왕자와 사이좋게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다. 하지만 성당에서 수녀로 위장해 칼을 갈고 있던 전 여자친구 마리안에 의해 허무한 죽음을 맞는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천민인 마그리드가 투톱이다. 얼굴에 샴페인을 끼얹는 등 으르렁거리던 두사람은 알고보니 이복자매였다.

지난해 개막한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은 제작비 70억원을 들인 대작이다. 하지만 세 여자와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 루이14세의 사랑이야기로 혹평을 받았다.

뮤지컬은 기본 줄거리를 배우들의 대사 뿐만아니라 춤과 노래로 전달한다. 볼거리와 들을거리에도 신경쓰다보니 연극에 비해 소재가 다양하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의 경우 ‘헤드윅’, ‘킹키부츠’, ‘프리실라’, ‘라카지’ 등 여장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이 봇물을 이뤘다. 여자옷을 입고 곱게 화장한 꽃미남 배우들의 춤과 노래는 뮤지컬 주관객인 젊은 여성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요소다.

지난해 ‘마리 앙투아네트’, ‘태양왕’에 이어 올해도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 ‘레미제라블’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시위대도 등장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의 화려한 의상과 웅장한 베르사이유 궁전 등이 눈요깃감이다.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팬텀’의 원작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같다.

[사진제공=엠뮤지컬아트, 에이콤인터내셔날]

올해초 CJ E&M과 EMK뮤지컬컴퍼니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을 각각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러브레터’처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인기가 검증된 작품을 뮤지컬로 옮기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 2014년 헤럴드경제와 인터파크 플레이디비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 “뮤지컬 관람 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티켓 가격’(63.8%)에 이어 ‘빈약한 스토리’(11.1%)라는 답변이 2위를 차지했다.

관객들이 단지 화려한 볼거리와 내지르는 노래만 즐기기 위해 10만원이 넘는 티켓값을 지불하고 공연장을 찾는 것일까.

미국에 이어 얼마 전 중국까지 진출한 창작 뮤지컬 ‘영웅’은 40차례 대본 수정 작업 등 5년 넘게 준비한 끝에 2009년 초연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라는 무거운 소재다.

하지만 재판정에서 일본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지는 안중근과 사형선고를 받은 아들에게 수의를 보내며 용기를 내라고 하는 어머니 조마리아의 노래가 관객들을 울린다.

‘영웅’은 오는 4월 서울에서만 7번째로 무대에 오른다. 제2의 ‘영웅’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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