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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재구성] 청산가리보다 무서운 치정의 독(毒)
<사연 없는 인생 없듯이 스토리 없는 범죄도 없습니다. 범죄의 조각들을 시간의 도면 위에 펼쳐 놓으면 어느새 하나의 이야기로 옷을 갈아 입습니다. 하지만 범죄는 범죄일 뿐, 미화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편집자 주>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지난 2009년 7월에 전남 순천과 충남 보령에서 누가 가져다 놓은 지도 모르는 청산가리가 섞인 막걸리를 마시고 여러 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었습니다.

그만큼 청산가리는 치명적인 맹독 물질입니다.

화학명으론 시안화칼륨(KCN)인데, 청산과 칼륨의 일본어 발음인 카리우무(kariumu)가 합쳐져 청산가리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청산가리가 한 치정 사건에 등장했습니다.

지난 1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한 40대 여성이 청산가리로 숨진 채 발견된 것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남편인 유모(45) 씨는 사망자인 아내 이모(43) 씨는 같은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만난 결혼한 커플이었습니다.

큰 탈 없이 시작된 결혼생활은 그렇게 언제까지나 안정적으로 흘러갈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남편이 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러다 작년에 우연히 남편의 스마트폰을 보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되죠.

카카오톡 메신저로 어떤 여성과 대화한 내용을 보게 된 것입니다.

대충만 봐도 연인 사이에서 오갈 수 있는 말들이었습니다.


얼마 지나 그 여성은 남편과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남편은 미웠지만 가정은 유지해야 했기에 내연녀인 한모(46) 씨를 만나 직접 설득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한씨를 직접 만난 이씨는 ‘내 남편과 헤어져달라’고 해봤지만 씨가 먹히지 않았습니다. 대가로 준비한 수억원의 돈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남편과 한씨는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갔고, 염치없게 남편은 이씨와의 부부관계도 유지하길 원했습니다.

이 씨에겐 지옥같은 시간들이었습니다.

계속해서 한씨에게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해줄 것을 애원해봤지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지난 1월 21일 11시 50분. 자정이 다 된 시각에 한씨가 이씨의 집으로 와 소주나 한 잔 마시자고 했습니다.

남편 유씨는 친구와의 술자리 때문에 집에 없는 상태였습니다.

얼떨결에 집 문을 열어 준 이씨는 한씨와 난데없는 술자리를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날이 마지막 밤이 될 줄은 몰랐죠.

몇 시간 뒤 싸늘한 주검이 된 이씨는 새벽에 돌아온 남편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남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강원도 춘천으로 도주한 한씨를 체포하게 됩니다.

경찰은 한씨가 이씨에게 의도를 갖고 청산가리를 타 먹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다 유치장에서 자살시도까지 해봤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비극이었습니다.

이렇듯 치정의 독은 청산가리보다 무섭습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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