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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신하균 "연기, 아직도 처음처럼 어렵다"
배우 신하균이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사극 뿐만이 처음이 아니다. 강도 높은 액션과 검술, 또 노출신까지 신하균에게 '순수의 시대'는 도전 그 자체였다. 연기 경력이 오래되고, 작품을 시작하기만 하면 '연기의 신'으로 호평받는 그이지만, 아직도 연기가 매번 처음인 듯 어렵단다.



최근 '순수의 시대'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신하균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는 3월 5일 개봉하는 '순수의 시대'는 조선 개국 7년, 왕좌의 주인을 둘러싼 '왕자의 난'으로 역사의 기록된 1398년, 야망의 시대 한 가운데 역사가 감추고자 했던 핏빛 기록을 그린 영화로 신하균, 장혁, 강한나, 강하늘, 이재용, 사희 등이 출연한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순수의 시대' 완성본을 본 신하균의 소회를 물었다.

"부끄러워요.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저는 지금까지 제가 연기한 것을 보고 만족한 적이 없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에요."

신하균은 극중 김민재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처음으로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야 했고, 최고의 무사라는 캐릭터에 걸맞는 무술, 액션, 검술 등도 익혀야했다. 쉬운 결정은 아님에도 불구, '순수의 시대'여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시나리오를 받고 접해보지 않은 장르여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 나이대 보여줄 수 있는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민재 캐릭터에 연민도 느꼈고, 목숨을 건 사랑, 남자들의 로망같은 이야기잖아요. 종합적으로 잘 맞아떨어져서 출연할 수 있었습니다."

"민재라는 캐릭터가 완벽한 장군이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애정에 많이 결핍돼 있는 사람이라 안쓰럽더라고요. 답답하게 살아가다 가희에게서 출구를 찾는데, 그 길로 돌진하는 그 모습이 바보스럽기도 하고, 연민이 가더라고요. 닮은 부분이 많아서라기보다는 그런 남자가 사랑을 느끼고 대하는 모습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특히 신하균은 민재를 둘러싸고 홀로 고독해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깊은 연민을, 현실에서 보기 힘든 '목숨을 건 사랑'하는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꼈다. 모든 인간들에게 내재돼 있는 '고독'이란 감정을, 민재란 인물을 통해 심도 있게 끌어내 깊이 있게 풀어내는 과정에도 공감했다.

"남자든 여자든 어딘가 터놓지 못하고 본인이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이 간혹 모두에게 있을거에요. 모든걸 다 놓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요. 민재는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 그 외로움이 더 심했을겁니다. 사랑을 얻을 수 없는 사람이니까요.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해도 모든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도 많이 듣고요. 그런 부분에서는 민재에게 한 남자로서의 동질감을 느껴요. 막연하게 모든걸 버리고 사랑하는 것이 현실에선 힘들잖아요. '나도 한 번 저런 사랑을 해봤으면' 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영화를 통해서 대리만족도 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저도 그런 사랑은 힘들죠. 하하."

데뷔 후 첫 사극과 액션 연기였다. 극중 신하균은 더운 날씨에 한복과 수염 분장을 한 채 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사람을 베고, 집안에 침입한 괴한을 단숨에 제압하기도 한다. 말을 타고 활을 쏘는 어려운 연기도, '조선의 무사답게' 능수능란하게 소화했다.

"말을 안 타봤어요. 고삐잡고 타는 것도 무섭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손을 놓고 활을 쏴야 한다니. 하하. 힘들었어요. 다행히 동물을 좋아해서 짧은 시간 안에 빨리 배웠어요. 한 달 정도 타고 그 장면을 소화해야 했는데, 주변에서 조언도 많이 해줘서 잘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여름에 촬영했는데 수염이 더위 때문에 자꾸 떨어져서 자주 수정을 해야 했어요. 상투를 하기 위해 가발을 써야 했는데 분장 시간도 현대극보다 훨씬 오래 걸려서 번거로움이 있었죠. 그러나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해요. 역사적인 사건이나 과거 일을 통해서 우리 시대에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영화로 풀어낼 수 있는 장르잖아요. 기회가 된다면 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다만 칼을 안 쓰는 역할로요.(웃음)"



'순수의 시대' 속 김민재는 이방원, 정도전 등 역사 속에서 살아있는 인물들 사이에서 극적으로 사라졌을 개인의 이야기다. 가상의 인물인만큼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존 인물들을 연기하는 것과 비교해서는 부담이 덜했다.

"특정한 시대를 연기하게 되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우리 영화같은 경우는 특별한 공부가 필요 없었어요. 조선 초기이야기는 워낙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다뤄졌고 학교에서 배운 기본 지식이 있었으니까요. 이 이야기가 그 시대를 배경하고 있지만 그 안에 있는 허구 의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고, 제 역할도 큰 축이 러브 라인이니까 많은 공부는 필요 없었던 것 같아요. 만약 제가 다음에 실존 인물을 하게 된다면 깊은 공부가 필요하겠죠. 그럼 공부도 되고 한 인물을 깊이 파고 든다는 재미가 들 것 같네요."

배우의 입장에서 감정이 섞인 대사나, 상황들이 주어졌으면 외로움과 사랑을 갈망하는 한 남자의 감정을 보여주기 수월했겠지만 김민재는 필요 없는 말은 하지 않는, 아니 한 마디 말보다는 행동과 눈빛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많은 배우들은 여기에서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할지 고민을 했겠지만 오히려 신하균은 무언갈 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불쌍한 안쓰러운 한 남자의 사랑을 통한 해방, 뭐라고 말을 잘 표현을 못하겠네요. 민재는 동작도 많지 않고 말도 없어요. 눈빛의 느낌이나 뒤에 서 있는 모습, 그런 것들이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서 정적으로 보이면서도 영화 안에 남자의 감성이 젖어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작품에는 특별히 뭘 안하려고 했어요. 그래야 더 매력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대사도 없앤 것들이 많아요."

신하균은 현장에서 감독에게 의견을 피력하기 보다는 듣고 수용하는 배우다. 그는 배우로서 의미를 부여하려는 많은 말보다는 좋은 연기만 보여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저는 다른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주로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받아들이고 생각해서 보여주고, 그런 연기를 보고 감독님이 주는 디렉션을 받고, 수정하기도 하고요. 배우가 연기 보여주고 좋으면 쓸 테고, 안 좋으면 수정해서 다시 촬영하면 되는 것 같아요."



'순수의 시대'는 성인 사극으로 19금 노출, 베드신 등이 화두로 떠오르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신하균은 영화를 향한 시선이 이런 쪽으로 쏠리는 것을 우려하지 않는다. 영화가 주는 하나의 표현 방법 중 하나라는 것.

"자극적인 부분에 시선이 가는 건 당연해요. 바람이 있다면 배우들의 연기, 영상미 등 다른 볼거리들도 있으니까 생각해서 봐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1998년 '기막힌 사내들'부터 시작해 '간첩 리철진', '공동경비구역 JSA', '커밍아웃', '킬러들의 수다', '복수는 나의 것', '서프라이즈', '지구를 지켜라', '우리 형', '웰컴 투더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예의 없는 것들', '더 게임', '박쥐', '카페 느와르', '페스티벌', '고지전', '런닝맨', '빅매치' 등 출연작을 살펴보면 어느 하나 같은 캐릭터가 없다. 늘 새로운 모습을 도전해 보여주고자 하는 그의 연기 신념을 필모그래피만 봐도 알 수 있다. 신하균은 앞으로도 이런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20대 때 했던 작품들이 어려웠어요. 지금은 독창적인 작품들이 잘 안나오니까요. '지구를 지켜라' 때는 너무나 독창적이고 듣도보도 못한 캐릭터를 해야 해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보람을 느끼고 참여했다는 것이 감사한 작품이죠. 제 나이가 언제 될지 모르겠지만 또 배우생활을 하다보면 더 독창적이고 새로운 인물을 만나보고 싶어요. 하고싶은 연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같은 건 없어요. 계획대로 되는것도 아니니깐요. 배우는 선택되어지는 입장인거죠. 좋은 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런 도전을 계속 할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어떻게 항상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어요.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고 신선함을 느낄 수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출연하는 영화마다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오래 연기를 했다고 쌓인 상태에서 새 작품을 만나는게 아니라 저는 항상 백지상태에서 들어가요. 막상 첫 촬영날이 되면 잠도 잘 못자고, 그 전까지 제가 뭐했나 싶어요. 새로운 감독님을 만나고, 새로운 배우를 만나고, 새로운 스태프를 만나잖아요. 너무 너무 떨려요. 제가 캐릭터와 톤을 잡아오긴 하지만 현장에서 제 생각과는 다를 수 있는거잖아요. 상대방 연기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요. 제 머리 속에 든 것이 영상에 담겼을 때 오는 차이점도 있고요. 연기는 매번 어려워요.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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