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기는 멈추지 않는다’ 우크라 동부 분쟁 속 샤흐타르 도네츠크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우크라이나의 프로축구팀 샤흐타르 도네츠크가 지난달 18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에서 유럽 최강팀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선전하며 0-0 무승부를 거뒀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도네츠크를 연고로 하는 이 축구팀이 거둔 값진 성과였다.

전쟁의 한가운데 휘말려 경기를 치른 4억2500만달러, 5만2000석 규모의 돈바스 경기장은 인도주의 구호품들이 가득찬 창고가 되어버렸다. 지난해 5월부터 이곳엔 선수들의 훈련소리, 관중들의 함성소리 대신 간간이 들리는 포성과 물자가 오고가는 소리들로만 가득찼다.

AP통신은 1일(현지시간) 내전의 여파로 경기장도 사용 못하고 캠프마저 옮겨야 한 샤흐타르 도네츠크 팀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전하기도 했다.

샤흐타르는 폴란드에서 600마일 가량 떨어진 서부 국경도시 리비프에 임시 경기장을 마련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훈련과 경기를 한다. 분쟁이 곧 끝나길 기대했던 일부 선수들은 수도 키예프에 아파트를 빌려 새 삶을 시작했다. 선수들은 사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리비프까지 경기를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생활을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은 휴전협정을 이뤘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는 58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했다.

수비수인 이반 오르데츠는 도네츠크 인근의 작은마을 볼노바카 출신으로 이곳은 우크라이나 정부군 영향력에 놓인 지역이다. 지난달 볼노바카에선 승객을 태운 버스가 포격을 받고 1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정부군은 포격의 책임을 반군에 돌렸지만 반군은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사진=게티이미지]

샤흐타르의 이름은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의 공업지대를 의미한다. 동부지역 거주민들은 러시아어를 하고 러시아 정부에 대한 친밀감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서부 리비프 등 도시들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가 강한 도시들이다.

샤흐타르는 우크라이나 최고 부호 가운데 하나인 리나트 아흐메토프가 구단주로 있으며 돈바스 경기장 역시 그가 지은 경기장이다. 아흐메토프는 회사를 운영하며 이 지역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채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속되는 분쟁 덕분에 제대로된 운영이 쉽지 않다.

구단 내 외국인 용병은 브라질 선수들이 총 13명 있다. 분쟁 때문에 처음엔 5명의 선수들이 경기 복귀를 거부했으나 현재는 모두 돌아와 경기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흐타르 주장 다리오 스르나는 AP에 “가슴 속에서, 영혼 속에서 우리는 모두 문제를 느끼고 있으며 우리는 우리 팬들을 위해 경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르나는 크로아티아 출신이지만 지난 12년 간 샤흐타르에서 경기를 펼치면서 도네츠크를 자신의 고향처럼 여기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구단주의 자선단체를 통해 도네츠크 어린이들을 위해 20톤의 과일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단 운영은 쉽지 않다. 리비프엔 연고가 없었던 탓에 일부 주민들은 ‘리비프를 떠나라’는 팻말을 걸고 샤흐타르의 리비프 경기를 반대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샤흐타르는 오는 12일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위해 뮌헨의 홈인 뮌헨 알리안츠 경기장에서 결전을 벌인다.

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