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실장은 곧바로 ‘소통’을 앞세웠다. 청와대가 그를 중용한 이유이자, 이 실장이 내세운 차별화 전략이다. 김기춘 전임 실장의 후임으로 발탁된 직후 가장 먼저 나온 소감이 “더욱 낮은 자세로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 가교가 되겠다” 였다.
청와대의 위기는 사실상 ‘불통’에서 비롯됐다. 이 실장이 ‘소통’을 전면에 내세운 건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다. 그는 정식 임명 절차를 거치기도 전에 대외 활동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환송 행사에 참석해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만났다.
이 실장은 이에 앞서 직접 유 원내대표 등에게 전화해 환송회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들과 티타임을 갖고, “앞으로 자주 대화하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 실장은 여당과 언론계와도 발이 넓다는 평을 받는다. 국정원장 시절에도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언론과도 활발하게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ㆍ안보에 정통한 이 실장은 외교관 특유의 유연한 업무처리가 장점으로 꼽힌다.
대사직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자리로 꼽히는 주일대사직도 그에겐 중요한 시험무대였다. 싸우면서도 대화 창구를 모색해야 하는, 역설적인 업무를 잘 수행했다는 평가다. 이 실장이 임명된 이후 일본 언론도 “양국 간 의사소통이 잘 이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물론 반발도 적지 않다. ‘이병기’ 개인을 문제 삼기보단 또다시 ‘측근 인사’를 반복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이 실장은 주일대사에 이어 국정원장, 그리고 비서실장까지 현 정권에서 3번째 중용됐다. 8개월 만에 또다시 수장을 바꾸게 된 국정원의 내부 불만도 적지 않다. 국정원장을 대통령 최측근으로 앉힌 점도 청와대엔 부담이다. 정보기관 수장인 국정원장이 비서실장으로 곧바로 이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정도의 반발은 청와대도 충분히 예견했을 법하다. 손해보단 얻는 게 많다는 계산이다. 이 실장의 3번째 소방수 역할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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