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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호반건설, 금호산업 인수할까?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 12월의 일입니다. 호반건설 관계자와 대화 중에 호반건설의 ‘호’자와 금호산업의 ‘호’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호반건설이나 금호산업이나 같은 ‘호(湖:호수 호)’를 씁니다. 그때였습니다. 제 등골에서 소름이 오싹 돋은 것은. 다른 대화 도중에 무심코 나온 이야기였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그에 앞서 호반건설은 금호산업의 주식을 취득해 한바탕 호사가들로부터 입방아에 오른 전력이 있었습니다. 당시 ‘호반이 금호를 인수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호반건설 측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단순 투자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명은 했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2월 초순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는 등 호반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호반건설은 또 극구 부인했습니다.

그 보도가 나왔을 당시에 호반건설의 부장급 이상 간부 및 임원들은 하와이에서 워크샵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당시 어렵게 전화 연락이 된 호반건설의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주변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역시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고 급기야 지난 25일 금호산업의 인수전에 호반건설이 뛰어들었다는 사실이 공식화되었습니다.
금호산업이 최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을 보인 곳은 사모펀드 4곳과 신세계그룹, 호반건설 등 총 6곳이었습니다. 그러나 26일 신세계그룹이 돌연 인수의향서 철회 입장을 밝히며 사모펀드 외에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은 호반건설만 유일하게 남았습니다. 신세계그룹 측은 인수를 철회하며 “금호산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사실이 전혀 없고, 단지 경쟁사(롯데)가 입찰에 들어올 경우를 대비한 의향서 제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롯데그룹의 참여를 견제하기 위해 인수 의향서를 냈다가 롯데 측의 불참을 확인하고 나서 즉시 불참하는 쪽으로 의사를 번복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상황을 종합하면 이제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설 대기업은 없는 셈입니다.

대기업들이 ‘알짜’ 매물로 알려진 금호산업 인수전에 굳이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상대 경영자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괜히 인수 의향을 보였다가 도의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의 입장은 과연 무엇일까요?

금호산업은 2014년 시공능력평가 20위에 오른 대형 건설업체이긴 하지만 금호산업의 진짜 가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08%를 가진 최대주주라는 점에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의 지분 46%를 갖고 있고 금호터미널의 지분 100%, 금호그룹 사옥 지분 79.90%,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거머쥘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경영권도 모두 가져올 수 있는 겁니다.

박삼구 회장으로서는 금호산업을 인수해야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지키고,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도 완전히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현재 금호고속은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 매각을 제안한 상태이며, 최근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는 우리은행 등 9개 채권기관이 지분 42.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금호산업 인수 후보 1위는 박 회장입니다. 그는 입찰 최고가격에 경영권 지분(지분율 50%+1주)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만약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놓치면 금호타이어 하나만 남기고 그룹이 공중분해 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산업을 꼭 되찾지 않을 수 없는 셈입니다.

실제 우선매수청구권이 보장된 기업 인수 및 합병(M&A)에서 청구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제3자가 인수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호반건설이 최근 분양한 한 아파트 견본주택 전경

그러나 금호산업의 인수가격이 박 회장의 자금동원 능력을 넘어서는 경우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됩니다. 만약 누군가가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인수를 마음먹을 경우 박 회장이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할 인수가격을 써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금호산업의 시장가격은 5000억원대로 알려졌지만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한다면 인수금액이 1조원대로 치솟을 거라는 전망마저 나옵니다.

박 회장이 동원 가능한 자금은 15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박 회장과 사돈관계인 대상그룹이나 박 회장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우군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거론됩니다.

한편,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완판’ 행진을 거듭하며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호반건설은 상당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3년 말 기준 약 30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부채비율이 30%가 안 될 정도로 적어 2015년 현재 현금성 자산 등 자금동원 능력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한 금호산업 인수 의향서에 호반건설 컨소시엄이라고 명기한 만큼 3~4개 기업과 연합할 경우 자금동원 능력은 1조원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인수전에 뛰어든 경쟁 사모펀드들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금호산업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와 산업은행 측은 이번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5곳을 상대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받을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정황상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전에 상당히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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