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일주일 내내 아침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꼬박 일하고 두세 번은 밤 12시까지 근무했다. 하지만 월급조차 받지 못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24일(현지시간) 열린 국제 인권회의에서 북한의 해외파견 근로자로 근무했던 탈북자 임일 씨가 증언한 내용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임 씨를 비롯한 탈북자들이 이날 인권감시기구 유엔워치 등 20여개 국제인권단체가 공동 주최한 ‘제7차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96년 쿠웨이트에 파견됐던 임 씨는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고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북한 현지 지도원의 요구에 따라 밤 12시까지 연장근무를 했다고 증언했다.

두 달에 한번 쉬는 날에도 생활총화 같은 이념교육에 시달려야만 했다고 한다.

임 씨는 월급조차 받지 못했다. 북한 현지 지도원들은 ‘회사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해 못준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른 나라 근로자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뒤 알아보니 회사에서 지급된 월급이 모두 북한 당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임 씨는 이런 식으로 북한 당국이 가져간 해외 파견근로자들의 월급이 김정일 정권의 통치자금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임 씨는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북을 결심하고 1997년 서울에 정착했다.

그는 “19년 전 여기에 와 자유세계가 있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내가 겪었던 일은 19세기에나 있었을 법한 노예노동이었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현재 세계 각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는 5만여명에 달하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2조원 가량으로 북한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북 대학생 박연미 씨도 같은 날 연설에서 국제사회의 요구 없이 스스로 권력을 포기할 독재정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에서는 수십만명의 주민들이 기아와 고문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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