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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푸드 프런티어]뜨거운 의리로 凍土녹인‘도시락’
<29>팔도‘ 도시락’
부산 오가던 러시아 선원들 통해 입소문
98년 경제위기때도 잔류 ‘의리기업’ 각인
첫 수출이후 TSR·다차 여행 필수품 자리

맛 다양화·포크 부착 등 철저한 현지화
국가상업協 주관 ‘올해 제품상’ 수상 등
식품韓流로 민간외교사절 역할 톡톡



팔도의 ‘도시락’이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986년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가 개발해 출시한 ‘도시락’은 국내 최초 ‘사각용기’로 바닥이 넓적해 안전성이 뛰어난 독특한 용기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기성세대의 도시락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소비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도시락’의 모델은 최초 발매 당시 개그맨 심형래 씨가 했고, 이어 배우 태현실 씨가 제품의 간판 역할을 했다. 이후에는 전문모델을 거쳐 2007년부터 일반인 주부모델이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주부모델 선발대회에는 500여명이 도전하기도 했다.


현지화와 의리, 차별화로 팔도의‘ 도시락’은 러시아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다. ‘도시락’은 시베리아 횡단철도 (TSR) 이용자의 필수 국민식품이 됐을 정도로 폭넓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진제공=팔도]
‘도시락’은 현재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등 30여개 국가에서 판매되며, 수출효자 상품으로 더욱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은 러시아를 비롯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CIS권(Common wealth of Independent States)국가와 유럽지역 1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현재까지 ‘도시락’은 해외에서 총 36억개 이상이 판매됐다. 누적 판매금액은 12억5000달러에 달한다. ‘도시락’(16㎝) 36억개를 가로로 쭉 늘어 놓으면 지구(4만120㎞)를 14바퀴 돌고도 남는다. 러시아의 국민식품으로 우뚝 선 ‘도시락’의 인기비결은 뭘까.

▶러시아의 국민식품 ‘도시락’=1986년 출시된 ‘도시락’은 1991년 러시아에 처음 수출됐다. 러시아 수출은 부산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선원들이 ‘도시락’을 맛보게 되면서 우연히 시작됐다. 당시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선원들과 보따리상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고, 수요가 계속 늘어 1997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무소를 개설하며 수출이 본격화됐다.

‘도시락’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이용자들이 많이 즐기고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열차 안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요즘엔 역으로 몰려드는 상인들의 바구니에 반드시 들어있는 필수품이 됐다. 우리나라의 ‘가락우동’처럼 ‘도시락’을 먹는 것이 러시아에서는 철도여행의 또 다른 재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시락’은 주말 별장 ‘다차’로 향하는 러시아인들이 여행 가방에 담는 필수품이 됐다. 러시아 극동에 위치해 세상에서 가장 추운 도시로 알려져 있는 ‘야쿠추크’에서도 ‘도시락’을 만날 수 있다. 


최근 국내 라면시장의 이슈인 ‘모디슈머’(Modify+Consumer)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는 이미 ‘도시락’에 햄, 마요네즈, 빵을 넣어 함께 먹는 다양한 조리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 소비자들의 식습관을 반영, 마요네즈 소스가 함께 들어있는 ‘도시락 플러스’란 제품도 출시돼 판매중이다.

▶인기비결은 ‘현지화ㆍ의리ㆍ차별화’=‘도시락’이 러시아에서 성공한 이유는 맛을 현지화해 치킨, 버섯, 새우 등 다양한 맛을 출시한데 있다. 원료를 고급화하고 우수한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공급한 것도 주효했다. 모든 ‘도시락’ 제품에는 포크를 넣어 타사 제품과 차별화한 점도 색다르게 인식됐다.

‘도시락’은 시베리아 지방의 추위를 달래줄 수 있는 먹거리로 인식되면서, 러시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특히 러시아가 1998년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철수했지만, 팔도는 잔류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러시아인들에게는 ‘어려울 때 의리를 지킨 기업’으로 각인됐다.

지난 1997년 ‘도시락’의 매출은 전년 대비 600% 성장했고,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 19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도시락’은 우리나라에서는 단일 라면브랜드지만, 러시아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막강해 종합식품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팔도는 지난 1999년 모스크바 사무소를 개설했다. 2000년대 들어 ‘도시락’의 판매량이 연간 2억개에 육박하면서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기로 결정하고, 2005년 모스크바 인근 라멘스코예시에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이어 2010년에는 리잔시에 제2공장을 준공해 총 8개 생산라인을 운영중이다.

‘도시락’은 지난해 러시아 국가 상업협회가 주관하는 ‘제16회 올해의 제품상’에 라면업계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의 제품상은 러시아 전역 60개 도시에서 3만4000여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된다. 가장 인기있는 제품에 주어지는 상인 만큼, 도시락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제3회 한러비즈니스어워드’에서는 ‘도시락’이 올해 최고의 브랜드상을 수상하며 민간외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러비즈니스어워드는 한ㆍ러간 교역량 200억 달러 돌파를 기념해 만들어졌다. 지난 2012년 주한 러시아 무역대표부와 한러비즈니스협의회(KRBC)의 발의로 한국 산업통산자원부의 후원 하에 설립됐다.

김범준 팔도 해외영업이사는 “ ‘도시락’이 한국 컵라면 중에서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은 현지화를 통해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공급했기 때문”이라며 “ ‘도시락’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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