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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운상가 활성화 한다는데…정작 상인들은“글쎄요”
서울시, 공중보행교·테크 설치
사람모이는 문화관광계획도 추진
공사기간엔 영업못해 손해 우려
“건물주 임대료 인상할까”걱정도



서울시가 ‘세운상가 활성화(재생) 종합계획’을 발표한 24일. 세운상가 주변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체로 차분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시 발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세운상가와 주변 상권에 대한 개발계획이 과거 수차례 나왔지만 정작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었던 기억이 그들을 무디게 만든 듯 했다. 일부 상인들은 청계천 개발부터 시작된 시정(市政)을 향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말잔치로 끝나선 안돼…”=서울시의 종합계획은 ‘보존형 재생’을 지향한다.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남북을 가로지르는 7개의 건물(세운ㆍ청계ㆍ대림ㆍ삼풍ㆍ신성ㆍ진양상가ㆍ풍전호텔)은 그대로 두고, 꼭 필요한 환경 개선공사만 진행하는 것이 골자다. 

세운상가 가동에서 청계상가를 바라본 모습. 과거 두 상가는 공중육교로 연결돼 있었으나,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철거됐다. 시는 이번에 공중 보행교를 복원하기로 했다.

먼저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철거됐던 세운상가 가동과 청계상가 사이의 공중 보행교를 복원한다. 각 상가건물을 연결하는 보행데크도 만든다. 더불어 각종 문화관광 활성화와 산업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도입된다. 이른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고려한 셈이다.

현장의 상인들은 냉정을 유지한채 현실적으로 판단했다.

세운상가에서 42년째 냉ㆍ난방기구 전문점을 꾸려온 이웅재(63) 사장은 “재개발이든 재생이든 시에서 하는 얘기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상인들이 많다”며 “공사하는 과정에서 영업을 못할 수 있고 나중에 환경이 개선되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나올 것이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청계천과 세운상가에 손을 댔다”며 “전시행정을 펼치기 위한 단골메뉴”였다고 꼬집었다.

인근 조명가게서 근무하는 김인환(44) 씨는 “듣기 좋은 이상적인 얘기들만 담긴 것 같다”며 “이미 죽을대로 죽은 이쪽 상권을 살리려는 내용을 더 많이 담았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세운상가 안에만 400여곳의 점포가 문을 열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 상인들과 부동산에 따르면, 세운상가 1층 가게 자리 월 임대료는 적게는 80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 수준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평(약 10㎡) 남짓 크기의 점포의 권리금이 수억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꿈도 못꾸는 얘기다.

D부동산 관계자는 “빈 점포가 생겨도 영업이 잘 안되니까 새로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없다”며 “임대료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상가와 주변상권의 ‘동반성장’ 필요=지난해 3월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에 대한 기존의 ‘통합개발’ 방식을 버리고, 각 촉진지구별 ‘소ㆍ중규모 분할개발’로 방향타를 틀었다.

8개 큰 구역(세운2ㆍ3ㆍ4ㆍ5ㆍ6-1~4구역)으로 나뉜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현재 각 구역별로 사업 진행속도에 차이가 난다. 비교적 속도를 내는 사업지들이 나타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서울시에 따르면,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3구역과 6-3구역 정도다. 3-4ㆍ5ㆍ6ㆍ7구역과 6-3구역 내 일부 지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계획안이 지난해 말 건축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계획에 따르면 여기에는 업무ㆍ숙박시설과 근린생활시설, 오피스빌딩 등이 들어선다. 이 외에 SH공사가 사업시행자로 나서 문화재 심의를 준비 중인 4구역을 제외하면 잠잠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종합계획은 상가군에 대한 활성화가 이뤄지면 그 효과가 (주변 재정비구역으로)퍼질 것을 고려해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운상가나 청계상가 바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개발이 요원한 재정비촉진지구에 대한 대책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내에서 2대에 걸쳐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51) 씨는 “시가 그간 건물주나 지주를 상대로만 개발계획 설득에 나서고 정작 상인들의 이야기는 듣는둥 마는둥 했다”며 “세운상가와 청계상가를 새로 단장한다고 그 효과가 주변 상권으로 퍼질지 누가 알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원 세운상가협의회 사무국장은 “시가 의도하는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라며 “(시가) 현장의 목소리 들어가면서 앞으로 미세조정을 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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