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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지도부도 몰랐던 ‘깜짝’ 여론조사 제안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종전의 (총리) 후보자들보다 결격사유가 더 많을 뿐만 아니라 총리에 걸맞는 국격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주장을 정치 공세로 여긴다면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해 여야 여론조사를 해볼 것을 청와대와 여당에 제안합니다.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할 용의가 있음을 밝힙니다. 국민의 여론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3일 오전 최고위회의 모두발언에서 ‘여론조사’를 언급했습니다. 이 후보자가 국무총리로 적격한지 여부를 여야가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에게 물어보고 결정하자는 의미였습니다. 


파장은 곧장 나타났습니다. 같은 시간 원내대표단-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를 진행 중이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어제까지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존중하자고 말씀하셨는데 야당 대표께서 하루 만에 말씀을 바꾼 점에 대해 정말 유감스럽다”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양당 회의가 종료된 직후 이목은 여론조사에 쏠렸습니다. 여론조사를 제안한 배경은 무엇인지, 여당과 어떻게 의견을 조율할 것인지, “결과에 승복한다”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관심사였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지도부 의원들을 붙잡고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우윤근 원내대표에게 여론조사는 어떻게 제안하게 된 것인지 묻자 “아 몰랐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당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총리 적격 여부를 묻는 국민 여론조사를 제안했는데 원내대표가 이를 몰랐다는 사실이 의아했습니다. ‘사전에 지도부 간 합의된 내용이 아니었나’라고 질문하자 “그렇다”고 답하며 “(국무총리는) 국민 여론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문 대표가) 그런 식으로 표현을 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지도부의 반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12일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사전 지도부 논의는 없었다. 국민 뜻을 따르자는 취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새정치연합은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표현한 것은 국민의 뜻이 ‘이완구는 (총리)불가’라는 뜻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강행처리할 것이 아니라 국민 여론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의 뜻에 승복하라는 뜻”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문 대표의 말처럼 국무총리는 선출직은 아니지만 그 정치적 무게감에 있어서는 대통령만큼이나 국민의 뜻이 반영돼야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하지만 국무총리의 인준 여부는 국회가 ‘정치’로 풀어가야 할 몫인 만큼 국민여론조사를 제안하는 과정은 신중한 논의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날 제안이 당 대표의 ‘깜짝 제안’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일부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물론 전날 의총 자리에서 정책위의장인 강기정 의원이 일부 의원들에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제안한 사실이 있다고는 하지만 의총 안건으로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논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론에 공개된 최고위 회의에서 여론조사를 제안할 계획이었다면 의총은 아니더라도 지도부 간 충분한 논의는 거쳤어야 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래야 ‘왜 정치로 풀 일을 민심에 맡기려고 하나’라는 일각의 공격에도 당이 하나된 목소리로 대응을 하며 명분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국무총리 마저 여론조사로 뽑자는 것은 포퓰리즘의 극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 인준 처리 여부를 놓고 과연 총리로 적격한 사람인지를 따져보는 과정보다 자칫 여론조사 실시 여부가 이슈의 중심에 설지 우려가 앞섭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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