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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구제역 후폭풍…동물원 개점휴업 ‘울상 ’
서울대공원 조류등 격리조치
어린이대공원은 휴장 결정…관람객 발길도 급격히 감소


“간만에 날씨도 좋고 데이트하기 좋을 것 같아 동물원 나들이를 나왔는데 너무 한산해서 이상할 정도네요” 12일 오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만난 황모(27) 씨는 여자친구의 손을 꼭 잡곤 이렇게 말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기념으로 안산에서 과천까지 놀러왔다는 이모(16) 양도 “바깥에 있는 동물들은 구경도 못 하고 실내 전시장만 돌아보고 가는 길”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대공원은 사람은 물론 동물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다.

전국으로 확산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의 여파에 동물원도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 

12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턱밑까지 들이닥친 과천 서울대공원에는 적만만 감돌고 있다.

AI 발생 지역과 12㎞ 남짓 떨어진 대공원은 최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조류전시장의 문을 닫고 조류들을 모두 격리 조치했다. 2014년 이래 벌써 네 번째 제한조치였다.

대공원 뿐 아니라 용인 에버랜드도 조류 등 일부 동물 관람시설의 운영을 중단하고 조류 등 일부 동물들을 동물사에 격리했다.

지난달 19일 에버랜드에서 불과 2㎞ 떨어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이 나타나 돼지 800여마리를 살처분한 데 따른 조치였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경우엔 AI와 구제역에 대비해 동물원 자체를 휴장 결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동물원을 찾는 관람객의 발길도 줄어드는 추세다.

AI 발생 전인 지난해 겨울 9만954명이던 대공원의 관람객 수는 올해 같은 시기엔 6만4595명로 29% 급감했다.

대공원 관계자는 “겨울은 춥기 때문에 이 시기는 원래 비수기”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등을 중심으로 “동물원에 새가 없다” 등의 글이 눈에 띄게 늘어 AI의 여파가 적잖음을 시사했다.

대공원 측은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동물원 입구부터 소독제가 터널 형태의 출입구 바닥에 카페트 소독포를 설치했다.

또 소독제가 든 가습기 등을 통해 관람객의 신발과 옷 등에 묻은 바이러스를 살균 중이다.

이와 더불어 외부 조류사에 있던 새들을 전부 실내 조류사로 옮겨 입구부터 관광객의 출입을 엄금하고 있다.

대공원 방역담당 직원은 “조류독감이든 구제역이든 1차 목표는 주변에 전염 가능한 요건을 억제해 피해를 막는 것”이라며 “주변 환경만 잘 관리해주면 이번 AI도 무탈히 넘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타조의 경우 유난히 스트레스에 예민하기 때문에 포화 상태인 좁은 실내 사육장에 들여놓을 수 없어, 외부 사육장에서 관리 중이다.

하지만 모처럼 찾은 동물원에서 실내 전시장만 보고 발걸음을 돌리는 관람객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AI와 구제역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송모(60) 씨는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상황이 닥치면 임시방편만 내놓으니 이렇게 동물원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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