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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대한민국 상위 0.1% 로열맘의 교육법
명문 사립초교 거쳐 중학생때 해외 유학
英 유명 보딩스쿨 학비 年1억원이상 소요
자녀유학·해외부동산 투자병행 자산가도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 기자]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엔 랄프로렌 키즈가 철수하고 그 자리에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몽클레어 키즈가 들어섰다. 전직 대통령 손녀가 입으면서 ‘고가 패딩’ 논란이 일었던 그 브랜드다. 몽클레어 키즈 패딩의 가격은 수십만원대. 백화점에 입점한 국내 브랜드의 아동복 패딩 가격도 20만~3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것을 감안하면, 중산층 워킹맘이 못사줄 가격은 아니다. 때문에 고가의 아동복 브랜드나 유모차만으로 로열 키즈를 분류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상위 0.1% 자녀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을 가늠할 수 있고, 명품 패딩과 달리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는 분야, 바로 ‘교육’이다. 실제 교육분야는 재계 로열맘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곤 한다. 


국내 대기업의 4세인 중학생 J군은 영어몰입교육으로 유명한 서울의 사립초등학교를 다니다가 또다른 사립초로 전학을 갔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그의 부모가 학생에게 한 가지 이상 악기를 가르치는 새 학교로 전학을 추진한 것이다. J군은 첼로와 피아노 솜씨가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고, 이 학교 전교 어린이 회장도 지냈다. 현재는 미국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J군의 사례는 한국 로열맘의 자녀교육이 지향하는 바를 그대로 보여준다. 어릴 적부터 음악과 미술 등을 가까이 하고, 조기 유학이나 국제학교 진학으로 글로벌 감각을 키우도록 교육 과정을 짜는 것이다. 실제 이들의 아버지 세대는 한국에서 대학을 입학한 후 학부 2~3학년이나 대학원 때 유학을 갔지만, 최근엔 초등학교만 마치고 해외서 공부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해군 소위로 임관해 화제가 된 최민정 씨 등 SK그룹 자녀들은 청소년기부터 중국에서 유학했다.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의 큰아들은 미국의 중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과 영국의 보딩스쿨에도 한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고, 여름방학 때면 하와이 등지에서 서머스쿨을 보내기도 한다. 현대가 며느리가 된 노현정 전 아나운서도 아이들을 방학기간에 하와이 현지 학교에 보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재계에서 실질적으로 경영을 도맡고 있는 40~50대 오너들은 한국식 입시경쟁을 거쳐 국내 대학에 입학한 후 유학을 떠났다. 유학 후, 명문 보딩스쿨을 나온 현지 명문가 친구들에게서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중학생 자녀의 유학을 일찌감치 추진하는 것은 스스로의 경험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실제 윌리엄 왕세자를 비롯한 영국의 귀족들이 다닌 이튼스쿨 등 명문사립학교들은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시설과 커리큘럼이 남다르다. 정부도 이들 학교의 학제에 관여하지 않을 정도다. 때문에 입학하기 2~3년 전부터 시험을 보고, 학비와 기타 활동비를 포함하면 연간 1억원 이상이 든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동문들의 막대한 기부로 세련된 시설도 자랑한다. 리더의 요건으로 높은 수학능력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포츠를 비롯한 단체 활동에서 리더십을 기르는 것도 중시한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나온 보딩스쿨도 다르지 않다.

상위 0.1%를 지향하는 웬만한 자산가도 로열맘처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교육에 관심이 많다. 최근 열린 제주도 국제학교 설명회에는 연 6000만원가량의 높은 교육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획일화된 기준이 아니라 학생마다 성취도를 감안해 평가하고, 다양한 단체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호들의 눈길이 쏠렸다. 아예 자녀 유학과 해외 부동산 투자를 동시에 이뤄내는 자산가도 많다. 자녀 유학에 대비해 캐나다 밴쿠버 등지에 콘도를 구입한 후, 월세를 받다가 유학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누군가는 로열맘이든 아니든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고픈 엄마의 마음은 같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아들에게 선물로 줄 티라노 킹을 사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린 이야기나 환하게 웃으며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던 임세령 대상 상무 역시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엄마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의 명문 학교에서의 다양한 교육을 원하는 부모라도, 경제적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를 이룰 방법이 없다. 국제학교 입시 비리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집 며느리들이 대거 연루돼 조사를 받을 당시 사회적 비난을 받은 것도, 이 같은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부호 맘 가운데 미국의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나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와 같은 전직 ‘워킹걸’이 드물다는 점도 괴리감을 크게 한다. 월급쟁이 워킹맘이 이른바 슈퍼리치맘으로 성장한 성공신화는 국내에선 아직 쓰여지지 않은 셈이다. 로열맘을 슈퍼맘이라 부르기 어려운 까닭은 이 때문 아닐까.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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