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화이트 골드’라 불리는 이집트 목화산업이 내수시장 위축, 국제 면화 가격의 급등락에 이어 정부의 보조금 철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집트 농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분노하며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동안 이집트 정부가 농민들에게 지급한 보조금은 1파단(feddanㆍ1.038에이커)당 200달러(약 21만8500원)였다.
이집트 농민 조합은 잘 조직화되지 않은데다 협상력이 떨어지고 보조금은 목화재배에 중요한 인센티브로 작용하고 있어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보조금 철폐안은 청천벽력이었다.
모하메드 파라그 독립농민조합 조합장은 “농민들이 (지난달)장관의 성명이 발표된 이후 다른 작물을 심으려 한다”며 “목화재배가 줄어들어 다음 시즌에는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보조금 지급중단으로 재배 농민의 감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집트산 목화는 ‘화이트 골드’라 불리며 미국산 목화와 함께 세계 상급 목화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집트 목화의 유일한 경쟁상대는 미국산 아메리칸 피마다.
품질이 좋은 상급 품종은 90%가 이집트에서 재배되고 나머지 10%가 중급면화(중모)다. 생산량의 절반이 수출되며 절반은 내수시장에서 소비된다.
그러나 보조금 철폐 이전부터 이집트의 목화 수출량은 점차 하락세를 걷고 있다. 미국 농무부 등에 따르면 2006년 이집트 목화 수출량은 22만1000톤이었으나 지난해는 5만톤에 불과했다.
이는 다른 작물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져 목화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있고 이집트 직물산업이 중모와 값싼 수입 면화로 돌아서면서 내수도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3년 공급과잉으로 지난해 정부는 방직물 기업들의 재고를 줄이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했고, 상당수가 공공분야에서 소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정부는 앞으로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바로 지급하지 않고 생산자들이 직접 해외 바이어들과 사전에 가격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출업자들은 초장면(섬유 길이가 긴 면화)은 선물시장이 형성돼있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들과 선물가격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를 하려 할 경우 생산자가 제시한 가격이 높고 수출업자가 매입하려는 가격이 낮을 경우 구매자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이같은 차이를 좁혀 온 정부의 보조금 기능이 사라지면 판로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시장에서는 여전히 고급 이집트 목화가 중국이나 인도 등 목화 수출국과 충분히 경쟁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전망이다. 안드레이 귀촌츠 국제면화자문위원회 무역 분석관은 FT에 “만약 이집트 (목화)생산이 2배가 된다 해도 여전히 국제 시장은 이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