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상범기자의 아! 車!>이름은 들어봤나?르망 이름셔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자동차는 어른의 장난감, 로망, 꿈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이 평소 궁금했거나,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차가 있다면 어떤 내용이라도 남겨주세요>



최근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라인업 개발을 위해 BMW 출신의 개발자를 영입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국산차 업체들이 일상영역의 주행성능을 뛰어넘는 고성능 모델에 대해 눈길을 돌렸다는 점이 높게 평가를 받은 것이죠.

사실 그 동안 국산차 업체들은 대중들을 만족시키는데 몰두하느라 수백마력을 넘나드는 고성능 모델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고성능 기술력으로 경쟁하기보다는 가격과 대중적 취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 업체들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는 1991년 큰 결단을 내립니다.

오펠 카데트 E를 베이스로 1986년 7월에 출시돼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소형차 ‘르망’의 고성능 모델을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것이었죠.

바로 1991년 출시된 ‘르망 이름셔’입니다.

기존 르망에 독일의 오펠 전문 튜닝업체인 이름셔(Irmscher)가 튜닝을 더한 이 차는 그야말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겉은 소형차 르망과 크게 다를바 없었지만 구성품은 말도안되는 고스펙으로 무장했기 때문이죠.

이름셔가 튜닝한 엔진은 2000㏄에 120마력이라는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1500㏄에 88마력에 불과했던 기존 르망은 물론, 당시 국산 스포츠쿠페의 자존심이라던 현대차 스쿠프(1500㏄, 97마력)보다도 압도적인 성능이었죠. 


여기에 형상기억물질이 포함된 이름셔의 에어로 파츠와 특제 서스펜션, 레이싱카에나 장착되던 독일 레카로 사의 버킷 시트 등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고성능을 위한 각종 구성품으로 무장한 차였습니다.

당시 속도를 즐기던 이들 사이에서는 르망 이름셔의 모습이 도로에서 보이면 자신도 모르게 운전대를 잡은 손이 긴장되기도 했었죠.

하지만 판매량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이름셔는 출시 후 단 250여대만이 팔리고 1년만에 국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바로 괴물같은 성능에 어울리는 말도 안되는 가격때문이었죠.

출시 당시 이름셔의 가격은 1200만원, 국산 중형차 풀옵션 가격과 맞먹는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소형차에 대한 선입견과 고성능 튜닝에 대한 저평가가 일반적이었던 국내 시장에서는 너무나도 시대를 앞서갔던 차였던 것입니다.

지금이야 ‘골프 GTI’ 등이 가난한 자의 슈퍼카로 불리며 소형차의 고성능 모델을 높게 평가하지만 당시에는 언감생심이었죠.

물론, 이름셔에 대해 수입모델에 불과하다며 가치를 폄하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90년대 한국의 자동차 시장에서, 이 차는 일종의 혁명과도 같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르망 이름셔’라는 개척자가 있었기에 지금의 역동적인 한국 자동차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을까요?



tig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