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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믿을 만한 투자자 만나 기쁘다”
‘두바이투자청과 M&A 본계약 확정’쌍용건설 김석준 회장
워크아웃 졸업 10년만에 새주인 감회
우리 경쟁력 확신…시너지 많이 낼것



“우리는 다른 회사에 팔린 게 아닙니다. 믿을 만한 투자자를 만난 겁니다.”

김석준(62·사진) 쌍용건설 회장은 지난 28일 저녁 두바이투자청(ICD)과 인수합병(M&A) 본계약이 확정된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저녁 서울 신천동 쌍용건설 본사 지하의 한 식당에서 임직원 10여명과 ‘번개’(사전 약속없이 갑자기 잡은 약속)로 부대찌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자리에 함께한 재무부서 한 임직원은 “(내일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할 일이 많아 오늘 야근을 해야 하는데 회장께서 갑자기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번개를 쳐서 만난 자리”라고 했다.

오랜 숙제가 풀린 날이니 ‘워크아웃’, ‘법정관리’의 과정을 거치며 함께 한 임직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김 회장은 기자를 보자 잔을 건네며 연거푸 소주 4잔을 들이켰다. 2004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우여곡절 끝에 10년만에 대주주를 새로 맞게 된 상황에서 소회가 많은 듯했다.

“두바이투자청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수한 건설회사가 됐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잘 됐습니다.”

김 회장은 두바이투자청이 쌍용건설의 잠재력을 높이 인정해 줬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의 홈그라운드(근거지)를 인정한다고 하더군요. 한국을 포함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2대 국부펀드로 운용 자산만 1600억달러(175조원)에 달하는 두바이투자청은 UAE 1위 은행인 에미리트NBD, 국영기업인 에미리트 항공, 에미리트 석유공사 등 30여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세계 최고층 호텔인 ‘부르즈 칼리파’를 소유한 ‘에마르’를 자회사로 미국과 유럽, 중동, 아시아 등에서 수많은 초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쌍용건설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두바이투자청이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서 공사를 맡았던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의 공사비, 기술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직접 현지로 가서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이젠 두바이투자청 발주부서와 친해져야죠. 두바이에 가서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외할머니 떡도 가격과 품질보고 산다’고. 두바이투자청의 투자부서에서 우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앞으로 시너지를 많이 내려면 발주부서와 친해져야 합니다. 계열사가 됐다고 무조건 일을 달라고 할 수는 없죠. 우리 경쟁력을 확신합니다.”

김 회장은 이날 저녁 8시30분까지 임직원들과 두시간 가량 식당에 있었다. 당장 부족한 인력을 어떻게 확충할지 등 여러 현안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했다. 나갈 때는 다른 테이블의 임직원의 밥값을 모두 냈다. 회사 앞에는 쌍용자동차가 만든 구형 체어맨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故)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의 둘째아들인 김 회장은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나 1983년 만 30세에 쌍용건설 사장에 올랐다. 1994년엔 쌍용자동차 회장, 1995년엔 쌍용그룹 회장 자리까지 오른 쌍용그룹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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