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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미네이터의‘마지막질주’는 시작됐다
31일 濠와 결승戰후 태극마크 반납
강한 스태미나-오버래핑 주무기
마지막 축구여행 해피엔딩 기대



“I will not be back.”

이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90분. 하지만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선수가 이래도 되나 싶다. 자신의 힘으로 국가대표 은퇴경기를 뒤로 미루고 있는 ‘차미네이터’ 차두리(35·FC서울) 이야기다.

차두리는 31일 오후 6시(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의 호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안컵 결승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다. 은퇴경기 상대는 정해졌다. 27일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UAE를 2-0으로 꺾은 호주다.

우리 나이로 36세인 그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역대 아시안컵 최고령 출전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게 자연스러울 시기임에도 차두리의 은퇴를 만류하는 팬들이 많다. 타고난 스태미나에 완숙한 기술까지 녹아들어 경기력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애들아 힘내자, 화이팅’ 차두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지난 2001년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당시 21세 대학생 차두리는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공보다 빠른 사나이’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2004년 아시안컵,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 2011년 아시안컵 등에서 수많은 감동을 줬다.

특히 2010년 남아공월드컵서는 강철같은 몸과 지치지 않은 체력, 불꽃같은 투지로 대한민국에 ‘차미네이터’ 열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는 나라의 부름을 받지 못했으나 해설가로 브라질에 합류해 발이 아닌 입으로 선수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차두리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맏형의 완숙미를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수비수로서 대표팀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끌었고, 폭발적인 공격 본능으로 2개의 도움을 올렸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선발과 교체를 넘나들며 총 4경기에 출전해 약 300분을 소화했다. 매 경기 차두리의 특유의 폭풍질주는 계속 됐다. 나이를 잊은 듯한 강력한 스태미나는 상대 선수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특히 22일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의 70m 드리블 질주에 이어 손흥민의 골을 도운 장면은 이번 아시안컵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이 모습에 열광하고 감동한 팬들은 인터넷에서 차두리 은퇴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26일 이라크와 4강전에서도 ‘차미네이터’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쉬지 않고 달렸다. 수비에서 강력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오버래핑으로 이라크 수비진을 괴롭혔다.

31일 은퇴경기 상대 호주는 준결승까지 다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12골을 뽑아내 경기당 평균 2.4골의 무시무시할 결정력을 과시했다. 10명이 득점에 가담하면서 득점 루트를 다변화했다. 수비진을 이끌 차두리의 경험과 체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대표팀 맏형은 전성기 시절 못지 않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지만,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차두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의 마지막 축구 여행, 우리의 출발을 보고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에 웃기 위해 나와 나의 사랑스러운 후배들은 매일 땀을 흘리며 노력할 것이다. 힘내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 ”라는 글과 함께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제 아버지 차범근도, 절친 박지성도 이루지 못한 아시아 정상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차미네이터’ 차두리. 자신의 기량으로 ‘해피엔딩’을 장식할 날만 남았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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