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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삼성이 만든 스마트폰을 삼성 대리점에서 못판다?...이상한 ‘자급제법’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이동통신 시장을 뒤흔들 ‘단말기 자급제법’이 발의됐습니다다. 정부와 집권 여당이 아닌, 야당이 발의한 법안이라 당장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향후 이동통신 시장에 논란을 불러오기에는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은 26일 이동통신사 등을 통한 이동통신단말장치 판매를 금지하고, 단통법을 폐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이번 법의 핵심은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위해 이통사 대리점은 물론, 단말장치 제조업자도 스마트폰이나 휴대전화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오로지 ‘단말기 판매점’으로 등록한 소매상만이 스마트폰을 팔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삼성전자 대리점인 ‘디지털프라자’나 LG전자의 ‘베스트숍’, 팬택의 자체 AS센터 등에서도 갤럭시나 옵티머스G, 베가 폰을 판매하지 못합니다. 스마트폰 구매를 원하는 고객은 소위 ‘판매점’이나 중고제품 전문 거래처에서만 사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시작부터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과연 소규모 소매점, 개인 판매상들이 단말기를 싸게 팔 수 있을지 의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완전자급제는 통신 서비스를 파는 이통사와 스마트폰을 파는 제조사를 분리, 통신사는 서비스 품질 및 가격 경쟁만 하고, 제조사는 스마트폰 품질 및 가격 경쟁만 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입니다. 특히 통신사간 품질 차이가 크지 않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좋은 미끼 상품이던 단말기를 끼워팔지 못하게 해, 통신사들의 획일적인 서비스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의된 법안대로 자급제가 시행된다면 이 같은 완전자급제의 취지와 달리, 일선 판매점의 폭리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단통법 역시 일부 판매상들의 소비자 차별과 무분별한 바가지 상혼, 속여팔기가 그 원인이였다는 점을 망각한 채, 소속 정당의 지지기반인 영세 상인 표만 의식한 결과, 자칫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전 자급제의 모델은 지금의 TV와 방송서비스 상품”이라며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만든 TV가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팔리기 때문에 TV 가격이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방송시장의 TV와 같은 스마트폰의 유통 채널을 소규모 영세 상인으로만 제한한다면, 양판점과 할인점, 그리고 온라인 마켓이 경쟁해 만드는 소비자의 복리후생은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TV와 방송 서비스 시장의 경우 다양한 사양과 가격의 수상기, 그리고 서비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500만원 또는 1000만원까지하는 최신 OLED 커브드 TV, 그리고 출시 2년 된 LCD TV 모두 다양한 가격에 다양한 판매처에서 선보이고, 소비자는 자신의 편의와 기호에 따라 언제든지 손 쉽게 구매 가능합니다.

또 이 TV에 연결할 방송 서비스 역시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짜’ 논란까지 불러올 정도로 가격 경쟁이 뜨거운 모습입니다. 통신사들이 유선 서비스 시장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울상’을 짓는 것도 이런 경쟁의 결과입니다. 대신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TV도 보고, 여기에 인터넷과 전화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통 시장의 완전 자급제 역시 이 같은 구도로 가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전 의원이 발의한 법은 영세 상인표만 의식, 단말기 구매처의 핵심인 마트와 양판점 등을 제외시킴으로써, 오히려 단말기 가격 담합이나 이통사와 또 다른 은밀한 커넥션만 불러올 수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이 공정한 가격 표시라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시장을 쥐고 흔들어보겠다는 정치권, 관계, 업계의 이해관계자 더해지며 지금의 단통법이 된 것”이라며 “완전자급제 역시, 성공하려면 ‘치열한 경쟁’과 ‘이로 인한 소비자의 복리후생 강화’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기업이 싫다는 특정 정파의 사감을 법 시작부터 강하게 담아서는 ‘제2의 단통법’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삼성, LG, 또 하이마트를 운영하는 롯데, 그리고 이마트의 신세계가 밉다고, 이들이 펼칠 경쟁의 기회까지 막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라니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시장경제의 기초를 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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