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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노 폭탄돌리기’ 고리 끊을때…
'甲질' 없는 세상, 新노무족 사회로
쌓인 감정 풀기 악순환 단절
사이버공간 모임방 개설
개인·단체·기업들 속속 참여
깨인 新노무족 공존사회 주도



우리 사회 최대 병폐로 떠오른 ‘갑(甲)질’. 공존의 문화를 해치고, 나라나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갑질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2013년 라면상무에 이어 1년8개월 뒤 터진 ‘땅콩 리턴’ 사건,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됐던 백화점 모녀의 폭언까지…. 잊을만 하면 터지는 갑질 행태는 국민들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갑질 흐름은 전방위적이다. 예전엔 갑의 위치에 있던 이들이 갑질을 했다면, 지금은 갑행동이 사회적 리더층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띈다. 평범한 고객들도 갑자기 진상고객으로 돌변, 갑행동을 일삼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갑질이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처럼 온사회에 퍼지고 있다”며 “이는 배려가 없는 사회가 주 요인으로, 이에 대한 특단의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갑질은 많은 이들이 ‘우월적 사고’에 갇혀 있기에 횡행한다는 평가다. 남보다 내가 낫다는 우월감, 남을 짓밟아야 대접 받을 수 있다는 경쟁사회가 낳은 잘못된 철학, 목소리가 커야 밥그릇을 챙길 수 있다는 이기주의가 그 발로라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나 일본과 같이 권위주의 문화가 강한 나라에서 갑질과 같은 것들이 유독 두드러지는 것은 생활 속 민주주의가 실천이 안되기 때문”이라며 “어른이나 아이나, 고객이나 점원이나 모두가 갑을의 관계가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활속에서 실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사회 한쪽에선 ‘갑질없는 세상’의 당위성이 공론화되고 있다. 이른바 신(新)노무족이다. 신노무족(NOMUㆍNo More Ultra甲)은 ‘울트라갑 없는 세상’이 공존을 위한 전제임을 믿는 이들로, 갑질 없는 세상에 대한 생각과 그 실천을의미한다.

신노무족에는 개인과 단체는 물론 기업 일부도 참여 중이다. 인터넷 상에는 갑질없는 세상을 추구한다는 모임방이 개설됐고, 일부 백화점 서비스 센터는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합니다’라는 문구를 걸고 갑을공존을 화두로 삼고 있다. 종업원 이름을 공손하게 부르면 할인해주는 커피전문점도 신노무족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갑질을 끊자’는 화두는 미래 공존과 직결돼 있다. 사회적 분노를 다른 이에게 전가할수록 비정상 사회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태흥 감정노동연구소 소장은 “대형마트 비정규직이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백화점 직원한테 풀고 백화점 직원은 홈쇼핑 콜센터에 풀고 콜센터 상담원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풀고…. 이같은 사회의 도미노성 분노지수 폭발로는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감정의 폭탄돌리기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는 정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갑도 을도 상대적이고, “누구나 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사회전반에 확산되면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고, 이것이 갑질 사회를 추방하는 근원적 길이라는 것이다.

신노무족의 태동 흐름은 우리 사회의 수많은 ‘미생’도 ‘완생’을 추구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정환ㆍ김성훈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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