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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터지면 싸잡아 비난…마녀사냥 빠진 한국
어린이집사건에 보육교사 집단매도…땅콩회항사건으로 대기업도 도마에


연초 잇따라 불거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부모들이 받은 상처가 치유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유효성 있는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이번 사건을 통해 몇 가지 과실로 특정 집단 전체를 매도해버리는 국민적 기질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자성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 하나로 모든 어린이집 교사들을 싸잡아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지도층을 중심으로 특정 사건과 계층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집단 전체에 대한 묻지마식 ‘마녀 사냥’으로 분출되는 대한민국 특유의 사회현상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재신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연구교수는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3년 아동학대 총 6796건 중 81.9%가 가정에서 발생했으며 어린이집은 3.4%로 나타났다”며 “같은 해 어린이집 총 숫자가 4만3770개임을 감안하면 전국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사례 비율은 0.005%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0.005% 정도 발생하는 어린이집 학대를 막기 위해선 모든 정책이 투입되고 있는데 반해 전체의 81.9%가 발생하는 가정 내 학대를 위해선 어떤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논의돼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우리 국민들은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 직종의 일부를 그 집단의 전체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점은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형 서울대 교수(아동가족학)는 “인천 학대 사건 후 여러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를 만나보면 모든 어린이집들이 똑같이 매도당해서 억울하고 심지어 직업 자체에 수치심까지 느끼게 된다고 했다”며 “마녀사냥식으로 모든 어린이집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에 근무하는 어린이집 교사 강모(31ㆍ여) 씨는 “인천에서 사건이 터진 이후 줄곧 죄인이 된 기분으로 살고 있다”며 “국민들께서도 우리나라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선량한 교사들이 더 많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산업이 발달한 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건도 학대 현장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된 것이 국민적 공분을 산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어린이집 교사 집단을 낙인 찍는 것으로만 끝날 경우 묵묵히 일해 온 다른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보육교사 전체에 자괴감까지 형성해 장기적으론 아이들에게 선순환이 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교육학)는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한 개인에게 과도하게 집중해 근본적인 원인이나 구조를 놓쳐선 안된다”고 밝혔다.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지원연구팀장은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보육교사들의 처우 문제도 균형있게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얼마 전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을 통해서도 우리 국민의 ‘싸잡는’ 기질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사회 기득권층의 오만한 과오는 엄벌의 대상이지만, 이를 계기로 대기업 집단 자체를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몰아가는 것은 또 다른 일반화의 오류라는 것이다.

사건팀/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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