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는 진실을 쫓는 사회부 기자들의 삶과 24시간을 늘 함께하며 전쟁같이 보내는 이들이 그 안에서 서서히 설레는 시간으로 변해가는 풋풋한 청춘을 그린 드라마로 이종석, 박신혜, 김영광, 이유비, 이필모, 강신일, 진경, 김광규, 변희봉 등이 출연했다.
극 중 이종석은 특별한 재능을 택시기사 출신의 사회부 기자 최달포 역을 맡았다. 언론의 마녀사냥으로 가족들을 모두 잃은 최달포는 기하명이란 이름으로 기자가 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인물이다.
이종석은 2014년 SBS에서만 두 작품의 미니시리즈를 소화했다. 상반기 작품 '닥터 이방인' 끝나고 공백기를 갖겠다고 말했지만 하반기에 바로 '피노키오'에 합류했다. 그는 왜 '피노키오'여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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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이방인' 끝나고 마음이 피폐해져서 슬럼프가 왔어요. 선배들이 그 즈음 한 번 슬럼프 시기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연기하기가 무서웠어요. 그래도 조수원 감독님과 박혜련 감독님과 만나면서 힐링을 한 것 같아요."
'닥터 이방인'은 2014년 상반기 SBS 작품으로 이종석, 진세연, 박해진, 강소라가 출연했다.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개연성을 잃은 전개로 혹평을 얻었다. 이종석은 원톱으로 이 드라마를 끌고 가며 느꼈던 부담감이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혼자서 작품을 끌고 가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후반부로 가면서 저도 지치고 집중을 못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놓치는 것들이 많이 생겼고요. 저는 '나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주인공은 전체를 아우러야 하더라고요. 전 그게 부족했어요. 제가 집중을 못하니까 작품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이었죠."
이종석은 박신혜와 '두 번 다시 없을', 보기만해도 예쁜 사랑을 그려냈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다른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신혜와는 이전부터 알던 사이라 따로 친해질 필요가 없었어요. 매번 시상식에서 만나면 '우린 언제 같이 하냐' 그랬는데 만나게 되니 좋더라고요. 유비나 영광이 형도 또래다보니까 넷만 보이면 NG가 많이 났어요. 장난을 너무 많이 쳐가지고요. 그만큼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어요."
'피노키오' 초반에는 이종석의 파격 변신도 볼 수 있었다. 더벅머리 가발을 쓰고 못생김을 연기했다. 이종석도 공식 행사에서 "상상 이상으로 못생겼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석은 더벅머리를 연출 한 후 하나의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앞으로 머리를 기르는 일은 없을 거라고.
"사실 더벅머리와 바가지 머리 두 가지 대안이 있었는데 바가지 머리를 했는데 여자 같았어요. '너무 예쁜거 아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더벅머리로 했죠. 그런데 진짜 못생기게 나오더라고요. 제가 모니터를 자주 하는 편인데 더벅머리를 계속 보려니 괴롭더라고요. 앞으로 머리는 안기르려고요.(웃음)"
'학교 2013'의 남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수하, '노브레싱' 우상, '피 끓는 청춘' 중길, 모두 사연이 있는 캐릭터다. 물론 '피노키오'의 기하명 역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결핍이 있는 캐릭터의 향연은 우연인 것일까?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들이 양가 부모님이 온전히 계셨던 적이 없어요. 남들은 재벌도 잘하던데 말이죠.(웃음) 영화 '노브레싱'의 우상이나 '피끓는 청춘'의 중길이도 겉으로는 멀쩡해보였지만 속은 곪아있던 애들이었죠. 저도 사랑받는 캐릭터 하고 싶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극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 보기도 해요. 제가 워낙 외로운 감정을 좋아해요. '피노키오' 하면서 많이 울었던 것 같네요. 연기를 하면서 온전한 진심으로 울었던 장면들이 많았어요. 11, 12부는 대본 볼 때부터 촬영 할 때까지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이종석과 박신혜의 식빵키스, 손등키스, 면도신 등 달달한 애정신이 많았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조수원 감독님이 멜로를 좋아하세요. 멜로신이 나오면 디테일하게 찍고 공을 들으시죠. 어깨에 손 하나 얹는 것도 부끄러운 감정을 담아 찍었어요. 첫키스신에 제일 신경쓴 것 같네요. 나중에는 뽀뽀를 하는데도 너무 추우니까 별 생각이 없었고요. 어떻게 해야 예쁜 그림이 나올까를 연구하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 하는 동안 이종석은 '조수원 감독 앓이'를 해댔다. 심지어 자신의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고백할 정도. 깊은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조수원 감독님이 또 불러주시면 무조건 오케이죠. 전 조수원 감독님 팬이예요. 너무 좋아요.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어요. 리더십도 있고 촬영하다보면 감독님 마다 다르지만 본인 머리 속에 콘티가 필요한 것만 다 짜져 있어요. 그런 부분이 멋있어요. 물론 인간적으로도 좋은 분이세요."
'피노키오'는 초반 먼저 출격한 '미스터 백'에 뒤지다가 극이 흐름과 동시에 역전극을 이뤄냈다. 이후로 '피노키오'는 동시간대 1위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모든 작품에는 경쟁작이 존재한다. 이종석은 경쟁작을 얼마나 신경쓸까.
"경쟁작을 크게 신경쓰진 않는데 조수원 감독, 박혜련 작가님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우리 드라마가 당연히 1등 할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조수원 감독님은 신경 안쓰시는 척 하는데 전해 듣기론 실시간으로 시청률을 체크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이종석은 박신혜 외에도 변희봉, 진경, 신정근, 이필모, 민성욱 등 많은 배우들과 붙었을 때도 각자 다른 케미를 발산했다. 오죽하면 그에게 '케미요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다.
"여주인공이랑 연기할 때보다 선배님들과 연기할 때가 더 재미있었어요. 특히 변희봉 선배님과 할 때가 좋았어요. '파양해주셔야 한다'는 대사를 할 때 지문에 '슬픔을 참으며'란 지문이 있었는데 풀 샷 찍을 때부터 울었어요. 감독님이 걱정할 정도였죠."
이종석은 2010년 '검사 프린세스'로 데뷔한 이후로 지금까지 본인 연기에 갈증을 느낀다. 연기를 하면 할 수록 더욱 커지는 욕심 때문에 스스로 만족할 수가 없는 탓이다. 고민할 수록 더 답을 찾기 힘들지만, 그런 고민을 멈출 수가 없다. 이것이 매 작품을 통해 이종석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리라.
"예전에는 다른 배우가 연기를 하는 걸 보면 사람 자체를 봤었는데 지금은 '또래인데 내가 안되는 감정을 쓰네?'라는 열등감이 생기더라고요. 연기에 욕심이 더 생겨서 그런 것 같아요. 2014 SBS 연기대상에서 특별상을 받았는데 사실 어떤 의미의 상인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최우수상에 노미네이트 됐었는데 사실 조금 기대는 했었거든요. 그런데 앞에 우수상에 성동일 선배님이 수상을 하는 걸 보는데 안받는게 낫더라고요. 받으면 부끄러울 것 같았어요."
드라마에서는 강세를 보이지만 영화에서는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주연작 '피끓는 청춘'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긴 했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지는 못했다. 이종석은 드라마는 대중성을 중요시 생각하고 영화는 자기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하면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다양하게 채우고 싶단다. 그 뿐이다.
"필모는 잘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쪽에 치우치긴 했지만 작품을 빨리 다양한 것들로 채워넣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피노키오' 안했으면 영화 했을텐데 좋은 드라마로 잘 끝나서 다행인 것 같아요."
"'필모 관리를 어떻게 하지', '이때 이런 역할을 해야지'라는 생각 같은건 안해요. 전 그냥 배우로서 연기를 할 뿐입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잘되고 나서 공백 두고 필모그래피가 잘 될 작품만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게 산다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요."
최근 이종석, 박신혜, 김영광, 이유비 '피노키오' 기자 4인방이 '힐링캠프'에 동반출연 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종석의 고사로 출연은 무산됐다. 아쉽지만 이종석의 '힐링캠프' 출연은 당분간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힐링캠프는 CP님께서 뒷풀이 때 오셔서 이야기한건데 그 프로그램 특징이 한 사람의 인생사를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젊은 배우 나가서 할 이야기도 많이 없을 것 같고, 이야기 한다고 사람들이 공감을 해줄까요?"
선이 가늘어 소년 이미지가 강한 이종석, 많은 20대 남자배우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남자 냄새가 물씬 나는 캐릭터를 욕심낸다. 개인적으로 하루빨리 이종석의 수컷냄새가 나는 연기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저도 남자 느낌 나는 캐릭터를 하고 싶은데 생긴게 이래서(?) 느낌이 잘 안나요. 나이가 들면서 주름지는 남자의 얼굴이 멋있어요. 선 굵은 배우들이 나이 먹을 수록 더욱 근사해지는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는 참 욕심이 나는데 이미지로는 자신이 없네요. 하하"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