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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수도권 30대 직장인’, 청와대를 외면하다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요즘 북한 정책을 두고 ‘선순환’이란 말이 자주 들립니다.

남북대화와 비핵화, 양립할 수 없는 두 정책이 있는데, 이를 선순환으로 추진하겠다는 게 요지입니다. 남북대화를 하게 되면 비핵화도 진전이 있고, 비핵화를 논의하게 되면 남북대화에도 진전이 있을 것입니다. 남북대화와 비핵화가 밀접한 관계에 있고, 순환구조처럼 파급력이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또 한편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단 의미이죠. 남북대화에서 진전이 없다면, 비핵화도 어려울 것이며, 비핵화에서 답보를 이룬다면 남북대화도 요원하다는, 그런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에 따라 선순환과 악순환을 오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뜬금없이 순환을 말하는 건, 설문조사와 정치도 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선거가 임박하게 되면 법적으로 설문조사를 금지하게 돼 있습니다. 설문조사가 정치에 미치는 파급력이 얼마나 큰가를 방증하고 있죠. 여론에 따라 설문조사가 나오지만 또 설문조사에 따라 여론이 움직이고 정치권이 분주해집니다.

또 그 행보에 따라 다시 설문조사 결과는 변하죠. 선순환인가, 악순환인가. 이는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설문조사와 정치 사이에서도 순환 관계가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최근 설문조사가 하나 나왔습니다. 정기적으로 나오는 설문조사이지만, 연말정산 후폭풍, 청와대 인사 논란 등 뒤숭숭한 시기에 나온 설문조사이기에 그 결과가 한층 궁금했습니다.

정부 입장으로 보면, 아니 청와대 입장으로 보면 참담한 결과입니다. 정부에 실망한 국민이 설문조사 결과로 답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보자면, 선순환과 악순환 중 악순환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

설문조사 결과를 좀 더 들여다봤습니다. 곳곳에서 곱씹어볼 대목이 나옵니다. 한국갤럽이 20~22일 동안 전국 성인 1001명에게 조사한 결과입니다. 일단 많이 언론에 나왔듯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30%로 나왔습니다. 취임 이후 최저치입니다. 작년 10월만 해도 49%까지 이르렀던 지지율입니다. 불과 세달 만에 20% 가까이 사라졌습니다.

지역별, 연령대별, 직업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좀 더 유의미한 대목이 보입니다. 대구ㆍ경북은 지지율이 50%를 기록했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답변이 부정적인 답변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광주ㆍ전라가 16%로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두 결과 모두 그럴 수 있을 만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수도권이 눈에 띕니다. 서울 29%, 인천ㆍ경기가 26%로, 전국 지지율인 30%를 밑돌았습니다. 광주ㆍ전라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두 지역입니다. 전라도를 제외하고서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떨어지는 곳이 수도권입니다.

연령대로 보면, 전통적인 지지층 50대에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우선 눈에 띄지만, 30대의 반응도 주목할만 합니다. 18%의 지지율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어느 쪽도 아니다ㆍ무응답ㆍ거절’ 등 견해를 밝히지 않는 비율도 4%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습니다. ‘명확하게 싫다’는 의사표현이죠. 19~29세가 30대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지지율(19%)을 보였습니다.

직업별로는, 가장 지지율이 낮은 직업은 직장인(화이트칼라)으로 17%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높은 직업, 가정주부(47%)와는 30%포인트나 벌어졌습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전 국민 가운데 대통령을 가장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은 ‘수도권에 사는 30대 직장인’인 셈입니다.

가장 대한민국의 평균에 가까운 국민입니다. 원래부터 대통령의 주된 지지층이 아니라는 측면도 감안해야겠지만, 최근 국면에선 다시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그러고보니 생활수준별 대통령 지지율에서도 중하층이 23%로 가장 낮게 평가했고, 중산층과 하층이 32%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상층이 40%로 가장 높네요.

왜 이들은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로 소통미흡이 17%로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설문조사 항목을 좀 더 살펴보면, 검증되지 않은 인사등용(8%), 독선ㆍ독단적ㆍ자기중심(4%), 리더십부족ㆍ책임회피(3%) 등도 있습니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소통미흡에 들어갈 내용입니다. 이를 합치면 32%가 됩니다.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13%)보다 3배 가량 더 많습니다.

경제 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많습니다. 운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계경제 흐름, 국제역학 관계, 갖가지 대외변수 등까지 모두 우리 정부가 책임질 순 없으니까요. 역대 대통령의 경제관리 능력을 평가할 때도 이 같은 대외 변수를 고려하곤 합니다.

하지만 소통이 미흡하다는 불만은, 다른 성격의 문제입니다. 이는 노력한다면 극복할 수 있는 불만입니다. 3년차 정권이라면 어느 정권이든 겪곤 하는 지지율 하락이겠지만, 그 이유가 극복 가능한지, 극복 불가능한지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선순환과 악순환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순환 구조라는 건, 설사 악순환으로 반복되더라도 다시 시작을 달리 한다면, 이내 선순환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소통 부재, 연말정산 후폭풍은 30%라는 지지율로 악순환에 들어섰습니다. 선순환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수도권 30대 직장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요? 설문조사로 이미 국민은 답을 내놨습니다. 이젠 정부가 응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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