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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현장 리포트] 단통법 시행 100일…휴대폰 시장 ‘비정상의 정상화’ 궤도 진입
불법지원금 미끼 불공정 거래 금지…중저가폰·중고폰 등 유통경쟁 활발
이통사 서비스 확대·제조사 출고가 인하…개통건수 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복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시행 100일을 맞았다. 휴대폰의 불법 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단통법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통신사 배만 불리는 법이라며 반발했다. 과연 단통법이 통신사만을 위한 법일까? 소비자들을 위한 혜택은 없는 것인가? 단통법 시행 100일을 돌아본다. 


단통법, 비정상의 정상화!

같은 제품을 누구는 공짜로, 누구는 100만원을 주고 산다면 100만원을 주고 산 사람은 참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휴대폰 시장에서는 흔하게 일어났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고가의 단말기를 소비자가 싸게 구입한다는 착각을 하도록 출고가를 부풀려 그 재원을 통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소비자 기만행위를 해 온 것이다.

또 이통사는 지원금을 미끼로 고액요금제와 부가서비스 가입을 사실상 강요하고 최신 단말기 구매를 유도해 가계 통신비를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이 됐다. 분명히 이용자 간 극심한 차별이 발생하고 있고 과도한 통신요금이 부과되고 있는데도 우리는 어느 순간 익숙해져 버렸다. 오히려 비싸게 휴대폰을 산 사람이 바보가 돼 버렸다. 분명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 불합리하고도 불공정한 시장이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했다.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이다.

단통법 시행으로 이통사는 판매가를 소비자가 알기 쉽게 공시해야 하고 요금할인을 지원금으로 속여 파는 행위나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요금제에 가입시키는 행위가 금지됐다. 또 중고폰으로 가입하는 이용자는 12%의 추가 요금할인 혜택을 받게 되는 등 소비자를 위한 여러 혜택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초기 여러 오해가 발생했다. ▲낮은 지원금 ▲해외보다 한국에서 더 비싼 폰 ▲이통사는 이익, 소비자가 손해 ▲국내 제조업체는 피해, 해외 제조업체는 반사 이익 등이 그것이다. 일부 매체에서는 단통법이 휴대폰을 비싸게 구입하게 하여 전 국민을 호갱(호구+고객)으로 만드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소비자들이 과거 과도한 불법지원금에 익숙해지다보니 단통법에 따른 지원금 수준이 낮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예를 들어, 법 시행 초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4의 지원금(11만원)이 상한(30만원)에 못 미치자 소비자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이는 과거 보조금 대란 등의 보도를 접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졌고 약정에 따른 요금 할인을 보조금으로 오인했던 착시현상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실제 법 시행 후 경쟁이 활성화 되면서 노트4 지원금이 상한(30만원)까지 증대되는 등 최신폰의 지원금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또 국내 출시되는 아이폰6가 미국에서 보다 2배 이상 비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가 간 단말기 판매가격을 비교하려면, 지원금 규모 뿐 아니라 요금할인, 기본 음성, 데이터 제공량 등을 종합해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 2GB 사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총 통신비용(단말구입비+통신요금)은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23.8% 더 저렴하다. 미국은 단말기 지원금이 크지만 통신요금이 높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통법이 이통사 간 경쟁을 없애 결국 소비자가 손해를 본다는 주장 역시 오해라는 지적이다. 단통법은 이통사 간 경쟁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투명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법이다. 지금까지 이통사들은 비생산적인 불법지원금 경쟁을 통해 가입자 빼앗기에 치중해왔다. 지원금 경쟁은 전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기간 내 번호 이동을 하면서 지원금과 단말기 가격 차액을 얻어 가는 소수 폰테크족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법 시행으로 요금과 서비스 경쟁을 통해 대다수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또 이통사들이 법 시행 초에 자사 지원금 지출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지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말기 제조사들 및 이통사들 간 경쟁이 촉발되면서 단말기 출고가 인하 및 지원금 상향 조정 등의 조치가 가시화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제조업체의 피해는 커지고 해외 제조업체는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오해다. 그동안 국내 제조사들은 불법지원금을 이용하여 국내 소비자들에게 주로 고가의 프리미엄폰을 구매하도록 유도해 높은 영업이익을 올려왔다.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불법지원금이 아닌 단말기의 품질, 가격 경쟁이 활성화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중저가 자급폰이나 중고폰, 해외폰 등과의 활발한 유통 경쟁이 필요하다. 결코 해외 제조업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내 제조사들의 건강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인 것이다. 


단통법, 서서히 시장에 안착

단통법 시행 초기에는 예상보다 낮은 지원금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았고 단말기 구매가 급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행 3달이 지난 지금, 서서히 제도가 안착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원금 수준이 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어 이용자들의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수 증권사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11월 들어서는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에서 단통법은 시행초기의 착오를 딛고 안정화 국면에 들어갔고 지원금 상승과 출고가 인하 및 통신비 경감 요금제 등이 출시되고 있으며 시장의 기대수준을 맞춰가는 모습으로 연내 단통법은 안착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12월 HMC투자증권에서는 단통법 안정화되고 있으며, 이통사의 구조적 마케팅 환경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법 시행 이후 10월 일평균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36,935명으로, ‘14년 1~9월 일평균 58,363명 보다 36.7% 감소했지만, 11월에는 감소율이 5.8%로 줄어들었고 12월에는 일평균 60,570명으로 단통법 시행 이전보다 3.8% 증가되었다. 일평균 가입자 수가 단통법 전보다 늘어난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표 참조>
 
이와 함께 이통사·제조사들도 요금, 단말기 가격, 서비스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지 통신사만을 위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폐지 논란까지 일었던 단통법이 이통사들의 각종 서비스 확대, 제조사들의 출고가 인하 등 성과가 나타나면서 점차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소비자를 위한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더욱 고심해야 할 것이다.

이정환 기자/lee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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