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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영의 읽는 노래> 2. 빅병 ‘오징어 된장’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사람들이 나를 보고 오징어래/누가 옆에 바로 서 있으면 그냥 오징어래/난 못생겼다고 생각 안 해/만일 내가 오징어면 진짜 오징어면/너네들은 문어냐?/너네들은 광어냐?/너네들은 도다리냐?/너네들은 도대체 나보다 뭐가 낫냐!”

몇 년 전 영화 ‘아저씨’가 개봉했을 당시, 극중 원빈의 비현실적으로 멋진 모습 때문에 “‘스크린을 보다 옆을 보니 웬 오징어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았었죠. 여자친구를 위해 티켓을 예매한 남친과 저 멀리 동해바다 오징어는 무슨 죄라는 말이랍니까.

“여자들이 그녈 보고 된장녀래/손에 뭐만 들고 있으면 그냥 된장녀래/나는 된장녀라고 생각 안 해/만일 그 애가 된장녀면 진짜 된장녀면/너네들은 치즈녀냐?/너네들은 마가린녀냐?/너네들은 발사믹녀냐?/너네들은 그녀보다 뭐가 더 낫냐!”

직장에서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여직원이 쉬는 시간에 잠시나마 달콤함으로 스트레스를 풀고자 커피 전문점에 들러 카라멜 마끼아또를 구입해 들고 나오는데, 길에서 마주친 상사가 “된장녀처럼 밥보다 비싼 커피를 왜 마시느냐”고 혀를 끌끌 찹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아껴둔 돈과 점심 때 먹었던 된장찌개는 무슨 죄란 말입니까.



“오! 오! 징어!/오! 오! 징어!/오! 오! 징어!/오! 오! 징어!/오! 오! 오! 징어!/오! 오! 오! 징어!/놀리지 마 또 웃지도 마!/몸에 좋고 맛도 좋은 난 오징어!”

프로젝트(?) 그룹 빅병의 ‘오징어 된장’은 일단 웃음으로 한 수 먹고 들어가는 곡입니다. 빅병은 MBC 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형돈이와 대준이의 히트제조기’에서 아이돌 전문 프로듀서로 변신한 ‘용감한 이단 호랑이(정형돈&데프콘)’가 야심차게(?) 제작한 아이돌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하지만 빅병의 멤버들은 비투비 육성재, 빅스 엔과 혁, 갓세븐 잭슨 등 실제 가요계에서 활약 중인 아이돌들입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프로듀서들이 진짜 아이돌들과 작정하고 ‘약을 빤’ 곡을 만드니 그 웃음은 배가 됩니다.

“내가 오면 왔냐 오징어라고 놀려/내가 가면 잘가 오징어라고 놀려/내가 바람 쐬면 반건조라고 놀려 내가 뭐만하면 그냥 오징어라고 놀려/다들 잘난 맛에 사는 인생 끼워 맞출 필요 없는 자신만의 블럭 인생/숙회, 오튀, 무침, 순대 뭐든 골라 내가 오징어니까”

그러나 잠시 웃음을 거두고 ‘오징어 된장’의 가사에 담긴 풍자를 살펴보면 꽤나 날카롭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다고들 이야기하죠. 한 번 돌이켜봅시다. 주변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다가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던 경험들이 많이 떠오르지 않나요? 그런데 말입니다. 길을 지나다니다가 조금 남다른 누군가를 보았을 때의 호기심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던가요. 대부분 그때뿐이지 않던가요? 생각보다 남들은 나를 크게 의식하지 않더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연애를 위한 대상이 아닌 이상 집요하게 누군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우선 자신의 할 일이 태산이거든요.

“좋잖아 된장/좋잖아 오징어/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좋잖아 된장/좋잖아 오징어/누군가에게는 따뜻한 한 끼/맛 좀 봐요 맛 좀 봐/맛 좀 보고 말 좀 해/맛 좀 봐요 맛 좀 봐/너네들은 도대체 나보다 뭐가 낫냐”

최근 들어 ‘페이스북 우울증(Facebook Depression)’이 유행이라죠?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타인의 모습이 자신보다 더 나아 보인다거나 행복해 보일 때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에 생기는 우울증이라더군요. 그런데 다들 이미 진실을 알고 있지 않나요? 페이스북 등 SNS가 과대포장과 허세의 경쟁터란 사실 말입니다. 이미 10년 전 싸이월드 열풍 때 겪은 일이잖아요. SNS에 신경을 덜 써도 사는 데 별 지장 없습니다. 기자는 아직도 ‘01X’ 번호로 시작하는 2G 피처폰을 쓰고 있는데 일상에 큰 불편은 없어요. 오히려 속이 편했으면 편하죠. 눈치를 덜 보면 피곤함도 줄어들더군요. 남들 눈치를 너무 보면 내 마음을 다쳐요.

“내 맘이 다치면 당신도 다쳐요/내 몸이 아프면 당신도 아파요/당신이 다치면 내 맘도 다쳐요/날 내버려둬 Please Go!”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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