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교황 방문 기간 필리핀의 보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필리핀 국민들의 열기가 진짜 위협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15일 필리핀을 찾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도 마닐라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오는 18일에는 사상 최대인 600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무질서와 각종 범죄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95년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이 세계청년대회 행사를 위해 마닐라를 방문했을 땐 500만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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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지난 9일 마닐라에서 열린 천주교 행사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이 같은 불안을 가중시킨다. 당시 100만명이 한꺼번에 몰린 가운데 기적의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목조 예수성상 ‘블랙 나자렌’을 만지려는 사람들이 엉켜 쓰러지면서 밑에 깔린 2명이 숨졌다.
필리핀 보안컨설팅업체 PS&A의 매트 윌리엄스는 “군중을 통제ㆍ관리하는 일이 보안상의 가장 큰 위협”이라면서 “행인들이 서로 미는 등 과격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억제하기 어렵다. 도미노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신변 안전에 대한 위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95년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 방문 시엔 교황 이동경로에 맞춰 아파트를 빌리고 암살을 기도한 남성 3명이 경찰에 의해 발각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극단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한 테러공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필리핀은 인구의 80%인 8000만명이 천주교를 믿지만, 무슬림이 몰려있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과격 이슬람 성향의 반군조직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9ㆍ11 테러 설계자인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와 1993년 세계무역센터 지하실 폭파범 람지 유세프의 작전기지가 필리핀이었던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최근엔 알카에다 연계단체 ‘아부사야프’가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하며 위협적 존재로 성장했다. 이와 관련 윌리엄스는 “테러조직이나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 모두에게 교황은 매력적인 타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필리핀 경찰 당국은 교황 방문기간에 경찰 2만5000명을 배치하고 군병력 수천명을 동원할 예정이다. 또 시민들에겐 지난해 8월 교황 방문 당시 질서를 지킨 한국인들을 본받아달라고 요청했다고 ABS-CBN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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