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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무슬림은 ‘나는 샤를리다’에 가슴 찢긴다”-<WP>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가 울면서 ‘나는 샤를리다’라는 문구를 들고 있는 만평을 실은 프랑스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최신호가 터키와 이집트, 세네갈 등 중동ㆍ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판매 금지 및 웹사이트 접근 차단 등 거센 역풍을 받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주류 언론도 ‘샤를리 에브도’ 만평 전재를 자제하는 등 신중한 대응을 하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서방에 보다 냉정한 자세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일명 ‘생존자 호’로 불리운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 발행일인 14일(현지시간)에 “프랑스 무슬림들은 ‘나는 샤를리다’라는 구호에 깊게 상처받는다. 그들 모두가 샤를리는 아니다”며 현지 무슬림이 겪고 있는 소외와 박탈감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테러 발생 다음날인 지난 8일 1분간 12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의 시간에 무슬림 지역 학교 내 학생들은 반발했다. 노르망디 한 학교에선 무슬림 학생들이 “신은 위대하다!”고 아랍어로 외쳤고, 파리에 있는 중학교에선 또 다른 무슬림 학생들이 정중하게 묵념을 거부하자고 제안해 교사와 논쟁을 벌였다. 이들은 “뿌린대로 거둔다”고 주장했다.

이날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살인에 분노해 묵념을 했다는 17세 아브델랄리는 샤를리 에브도의 저속한 만평이 역겹다면서 “테러 공격을 찬성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프랑스 내 무슬림은 500만명으로 유럽 국가 중 가장 많다. 이들의 실직과 빈곤율은 국가 전체 평균 보다 훨씬 높다. 특히 테러범 형제 중 동생이 살던 아파트가 있는 파리 교외 젠느빌리는 빈민촌이다.

이 곳에 거주하는 무슬림 모하메드 빈나크단은 프랑스 무슬림들은 매일 굴욕을 느낀다고 전했다. 나이트클럽에 가면 들여보내 주지 않으며, 턱수염을 기르면 ‘시리아 지하드(성전)에 가려느냐’고 묻기 일쑤다. 그는 “샤를리 에브도도 그 중 일부다. 우리보다 더 힘이 센 그들은 우리를 조롱하고 있다. 우리는 높은 실업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어 종교 밖에 남은 게 없다. 종교는 우리에게 성스러운 것이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프랑스의 이중잣대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프랑스 정부가 종교의 자유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이슬람교 여성이 전신에 두르는 복장)’를 금지한 게 대표적이다.

또 프랑스 검찰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을 미화하고 옹호한 유명 반유대주의 코미디언 디외도네를 체포했다. 디외도네는 테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샤를리 쿨리발리(유대인 지역 식료품점 인질극 범인)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글을 올린 죄로, 최고 징역 7년형을 받을 처지에 몰렸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내 반 이슬람 정서가 고조돼 모스크 방화 등 무슬림 사회를 공격한 사건은 지난 7일 이후 54건이 일어났다. 프랑스가 군경 1만5000명을 동원해 유대인 학교 주변 등에 배치하는 등 테러 경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무슬림 사회 보호는 외면하고 있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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