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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경제로 가는 길] 교류협력은 동질성 회복 차원서 접근해야
<3> 신뢰없인 드레스덴 성공없다
신뢰구축은 통일경제의 선결과제
대북 교류협력 3대 구상 담은
朴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실천
‘모자 1000일 패키지 사업’ 등
시급한 인도적 지원부터 착수해야
5·24 해제도 전향적 검토 필요



통일 실현에 앞서 남북의 공존공영을 바탕으로 한 ‘통일경제’를 구현하려면 맨 먼저 해야 할 것이 신뢰기반 구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인도적 지원 구상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인도적 지원을 통해 신뢰를 쌓고 신뢰를 토대로 대화통로를 여는 것이 절실하다. 대화는 상대적인 것이기에 북측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측 호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긴 이럴수록 미래지향적으로 배려와 설득의 자세를 견지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드레스덴 선언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그간의 공회전을 메울 방안을 모색해본다.

지난해 말, 국내 한 대북지원 민간단체는 정부 승인을 얻어 5200만원 상당의 고구마 20t을 북한 신의주로 보냈다. 가공되지 않은 생곡물이 북한에 지원된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까지는 인도적 지원 물품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생곡물 지원을 금지하고 임산부나 영유아 대상 영양식 재료 등 가공된 형태의 반출만을 허용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3월 독일 드레스덴을 방문해 인도적 문제 해결과 민생 인프라 구축, 동질성 회복 등 3대 구상을 북한에 제안했다. 박대통령이 베를린 장벽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이번 고구마 반출이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28일 독일 드레스덴 공대를 방문했을 때 연설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드레스덴 평화통일구상’이다. 드레스덴 구상은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대선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을 구체화한 실천방안이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공대 연설에서 “통일된 나라에서 같이 살아갈 남북한 주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한데 어울릴 수 있어야 한반도가 진정 새로운 하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남북한은 교류협력을 확대해가야 한다. 일회성이나 이벤트식 교류가 아니라 남북한 주민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교류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따라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구축 ▲동질성 회복 등 3대 구상을 밝히고 북한에 제안했다.

인도적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패키지 사업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민생 인프라 구축은 북한 농업·축산·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 조성과 남·북·러 합작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유엔 등 국제기구의 지원과 협력 등의 세부사업을 포함했다.

동질성 회복은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비롯해 역사, 문화예술, 스포츠 분야 교류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드레스덴 구상은 기존의 일방적 지원 또는 협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정작 남북교류를 막고 있는 5·24 조치와 관련된 내용이 빠지고 북쪽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하고 싶은 것만 나열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실제로 북한은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흡수통일 논리라면서 “북남관계 개선과 발전과는 거리가 먼 부차적이고 사말사적인 것들뿐”이라고 폄훼했다.

◆인도적 지원 1순위… ‘모자(母子) 1000일 패기지’= ‘모자 1000일 패키지 사업’은 ‘드레스덴선언’의 핵심 축이다. 북한의 산모와 영유아에게 3년간 필수영양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대화 물꼬가 터지면 우리측이 가장 먼저 꺼낼 카드로 유력하다. 정부는 이미 시범대상지역으로 개성공단을 지목해 놓은 상태다.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이 적합한 이유로, 북한 근로자 5만3000여 명 중 70%가 20~40대 가임기 여성이라는 점, 제도적으로 북한 내 출산휴가가 산전 60일, 산후 90일이어서 최소한 150일 동안은 이 사업을 집중 추진할 수 있다는점을 꼽는다. 물론 북측은 겉으로는 우리측 제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그 반대일지 모른다. 사정이 워낙 다급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신뢰를 바탕으로 신중하되 끈기 있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식량난으로 인한 북한 내 영양결핍 현상은 심각한다. 특히 미래가 걸린 산모와 영유아의 건강 적신호는 우려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산모 사망비율은 출생 10만 명당 76명으로 남한보다 5배나 높다. 과다출혈이 전체 사인의 30%를, 빈혈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꾸준한 지원에도 불구, 북한의 5세미만 아동의 만성영양결핍 비율이 2012년 현재 전체 아동의 27.9%로 심각한 상황이다. 5세 미만 사망 아동 중 50%가 생후 4주 이내인 신생아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중 2.5kg 미만 저체중 출생이 40%를 차지한다. 또 5세 미만 아동 사망의 13%가 설사가 원인으로 불충분한 모유수유로 인한 면역 감소와 오염된 식수, 그리고 불량한 위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정책연구센터소장은 “1998년 이후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이 북한 중앙통계국과 지속적으로 만성영양실조나 급성영양실조 등 영양실태조사를 해오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현재 출산 연령층이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경제난이 극심했던 ‘고난의 행군’시기에 태어난 이들이라는 사실이다. 동구 공산권 해체에 따른 경제적 고립에다 잇따른 자연재해로 집단 기아에다 아사자가 속출하던 때다. 산모와 영유아의 동반 건강부실이라는 악순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미래 노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모자패키지 사업은 적극 추진할 것을 주문한다. 우리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나 UNICEF가 주도해온 이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우회적으로 100억 이상을 지원했다. 북한과 직거래를 통해 적기적지에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자면 신뢰기반을 굳건히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황해창·신대원 기자/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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