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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폐허 딛고…한국기업 이젠 ‘글로벌 톱’으로 우뚝
한국전쟁 이후 기업수 8800여개
2000년대 중반 11만여개로 급증…신동아·대우그룹 역사속으로
1960년대 이후 재벌기업 태동…현존 상위대표 기업 삼성·LG만 남아


대한민국 경제 70년 역사는 기업의 70년사와 함께했다. 일제강점기와 6ㆍ25 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된 이 땅에서 70년전 출발한 우리 기업들은 이제 세계 최고로 우뚝 섰고, 동시에 대한민국 경제도 당당한 세계경제의 주춧돌로 자리잡았다. 

우리 기업의 힘은 숫자로도 확인 가능하다. 6ㆍ25전쟁 직후인 1955년 불과 8800개에 불과했던 제조업체 수는 2005년 11만4133개까지 늘어났다.

외환위기와 산업구조 재편으로 최근 그 숫자는 6만여 개까지 줄었지만, 새로 성장하는 3차 서비스 산업 기업들과 함께 여전히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다.

기업체 수의 증가는 종사하는 종업원 수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6ㆍ25전쟁 직후인 1955년 제조업의 종사자 수는 20만4000명에 불과했다. 1990년 302만 명인 최고치의 10%에도 못미치는 숫자다. 제조업의 종사자 수는 소폭 감소세를 나타내며 2012년 기준 275만 4,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성장하기까지 제조업 분야의 기업들의 역할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

개별 기업의 위상도 크게 변했다. 해방 이후부터 국내에 ‘재벌기업’이라 부를만한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자산순으로 집계한 국내 10대 그룹의 위상 변화를 살펴보면 1964년 상위 10대 그룹 중에서 2014년 현재까지 상위 10대에 속하며 존속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과 LG(락희 화학공업사) 단 두 개 뿐 이다.

특히 한 때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이름을 떨치던 수 많은 기업들은,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존재가 된 곳도 적지 않다.

수십년만에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경제 뒤에는 수많은 기업들의 노력들이 있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생산라인. [헤럴드경제 DB]

중동발 건설 붐에 1970년대 건설 대한민국의 대표였던 신동아, 동아, 쌍용 그룹은 이제 역사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율산이나 화신 같은 이름은 이제 과거 향수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나 간혹 볼 수 있는 이름이 됐다. 또 현대자동차와 함께 1980년대 서울올림픽 이후 우리 시장에 ‘마이카’ 붐을 몰고왔던 기아, 대우자동차도 이제 이름만 남았다.

1970년대와 1980년대 기업 또는 그룹의 운명을 갈랐던 이슈가 석유위기 같은 외부 환경이였다면, 1990년대 외환위기와 그 후폭풍은 국내 재계에 핵폭탄 그 자체였다.

1920년대 국민 대표 소주 ‘진로’로 출발해 1990년대를 주류는 물론, 유통, 건설, 화장품 등 다방면에서 주름잡던 대그룹까지 성장했던 진로그룹, 가전 전문 소기업에서 출발해 한 때 반도체 대한민국의 기반을 다졌던 아남그룹, 건설과 시멘트는 물론,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로 자리매김했던 쌍용그룹 등은 모두 외환위기가 만든 우리 기업역사의 아픈 단면들이다. 


또 한 때 중저가 백화점 및 유통의 강자였던 뉴코아, 정밀 섬유화학 그룹 세한 등도 이제 이름만 남았다.

불과 20여년 전까지 국내 재계 1, 2위 자리를 다투던 대우그룹의 몰락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조그마한 섬유공장에서 출발해, 창업 30여년 만에 조선과 자동차, 건설, 전자 등 모든 영역에서 최고 또는 2등 자리에 올랐던 대우그룹은, 그러나 과도한 차입경영으로 외환위기 주범으로까지 몰리며 단숨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당시 대우그룹 내 주력 계열사들은 지금도 재계 이곳저곳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이들 사라진 기업의 자리는 이제 새로운 업종에서 새로운 이름들이 대신하고 있다. 정부의 일개 부처에서 출발해 공기업을 거쳐 이제는 국내 통신 산업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성장한 KT, 또 온라인 세상의 삼성이 된 네이버,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컴퓨터 한 대로 시작해 이제는 프로야구단까지 운영하는 NC 등 IT 기업들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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