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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아스팔트 업계 “한국산 아스팔트 관세 0%” 요구..왜?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한국산 아스팔트에 대한 관세를 0%로 낮춰주십시오.”

아스팔트를 생산하는 한국 회사들의 요구가 아니다. 중국에서 한국산 아스팔트를 수입해 유통하는 중국 아스팔트 회사들이 최근 가오후청(高虎城) 중국 상무부장에게 보낸 청원서 내용이다.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달 타결된 한ㆍ중FTA에서 한국 측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상대한 중국 측 협상대표다.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중국 아스팔트 회사들은 청원서에서 “한국에서 수입하는 아스팔트는 싱가포르, 태국산 아스팔트와 달리 관세 5.6%가 부과된다. 반면 싱가포르와 태국 아스팔트는 관세 0%의 특혜를 입어 수입산 아스팔트 가격이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만간 타이완과 ECFA 협정이 확대되면 타이완에서 수입되는 아스팔트 관세도 0%가 되는데, 한국산 아스팔트도 공평하게 무관세로 수입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하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중국 회사들은 왜 한국산 아스팔트 무관세를 요구하는 것일까. 보통 수입산 제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효과가 생긴다. 그러나 중국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80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도로포장용 아스팔트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아스팔트 생산량은 더이상 늘리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정유산업이 불황이어서 그 부산물인 아스팔트 생산시설을 확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그동안 한국으로부터 전체 수입량의 67%, 싱가포르에서 22%, 태국에서 5%, 말레이시아에서 3%를 사들여왔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태평양무역협정(APTA) 발효로 아세안 국가산 아스팔트 관세가 0%로 떨어지고, 한국산 아스팔트만 5.6%의 고관세가 유지되면서 시장 가격이 왜곡됐다. 고율 관세가 붙는 한국산 아스팔트 가격만큼 싱가포르와 태국 회사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려 이윤을 늘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ㆍ중 FTA에서 한국산 아스팔트가 15년 양허품목으로 묶이자, 중국 아스팔트 회사들은 당분간 FTA 영토 확대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한국 아스팔트 생산업체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정유 4사들이 석유제품의 부산물로 아스팔트를 생산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의 71.5%(10억달러)를 중국으로 수출하는데, 한중FTA의 양허품목으로 지정되면서 최대 시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양허기간이 15년인데, 그동안 관세가 0%인 동남아 지역에서 아스팔트 생산설비를 증설해 생산량을 늘이면 그동안 쌓아온 거래처도 다 빼앗기게 된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타결된 한중FTA는 조만간 세부 조정을 마치고 내년 가서명, 정식서명, 비준 과정을 거쳐 정식 발효된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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