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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안영미, 한겨울 자전거 여행 “잊혀질 두려움에 떠나지 못했는데…”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생면부지의 두 여자가 여행을 떠난다. 인기 개그우먼 안영미와 새터민 이은혜. 서른 한 살 동갑내기, 게다가 같은 11월생이다. 애써 교집합을 찾아내려니 안영미와 이은혜 모친의 고향이 같다는 정보도 나오지만 두 사람의 삶은 너무도 다르다. 한 사람은 입만 열면 폭소를 터뜨리는 인기 정상의 개그우먼이고, 또 한 사람은 2010년 한국으로 온 탈북자로 현재는 평양민속예술단 소속 무용수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은혜로선 생애 첫 여행을 “‘SNL코리아’를 보며 광팬이 됐다”는 안영미와 함께 하게 됐다.
 
두 사람은 일본 시라하마의 그림 같은 풍광을 자전거로 달려 3박4일간 여행한다. 베이스캠프로 정해진 카와큐 호텔까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올 겨울 최저기온”을 기록 중인 한파 속에 자전거 여행이라니, “힐링여행이 아닌 킬링여행이냐”며 안영미의 예사롭지 않은 입심이 벌써부터 ‘무릎 관절’을 걱정한다. 다행히도 현지는 영상 14도의 초봄 날씨라고 한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첫 만남엔 어색함이 비쳤다. 케이블 채널 비욘드동아 여행 프로그램 ‘그대와 하이킹’ 촬영을 며칠 앞두고 서울 용산 본사 사옥에서 만난 안영미와 이은혜의 얼굴엔 낯선 설렘이 감돌았다.

“최근에 혼자 강릉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혼자 하는 여행이 좋을 거라 생각했었죠. 생각도 정리할 수 있고요. 그런데 바다를 보고 오분 정도 있다 보니, 뭘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하루종일 혼잣말만 할 수도 없고요. 맛집도 많은데, 혼자 먹기에도 뭐해 강릉까지 가서 순두부만 먹고 왔어요. 혼자 하는 여행보다는 동반자가 있는게 좋은 것 같아요.”(안영미)

사생활 관리는 철벽 수준인 연예인이지만 안영미에게 보통의 일반인과 함께 하는 여행이 그리 불편해보이지는 않았다. 이은혜 역시 “마음이 맞아야 길을 떠난다고 하는데, 영미 씨와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에 젖었다. 물론 안영미는 “남자였다면 지금 바로 친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농담 섞인 아쉬움도 전한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두 사람에게 이번 여행은 서로 다른 의미로 특별하다. 범람하는 여행 프로그램 중 하나로 출발하지만,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두 사람에게 어울리는 ‘힐링’을 테마로 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되리라는 기대도 생긴다.

“저한테 여행은 ‘일탈’이에요. 스물두 살에 개그우먼이 된 이후로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어요. 항상 아이디어 회의를 하느라 머리와 육체를 단 한 번도 마음 편히 쉬게 하지 못했죠. 여행을 통해 그 여유를 찾는 것,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그냥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에요. 진짜 안영미로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죠.” (안영미)

최근에서야 출연 중인 ‘SNL코리아’와 ‘코미디빅리그’가 휴식기에 접어들며 얼마간의 시간이 생기자 안영미는 타프로그램에서 만난 촬영감독과의 인연으로 ‘그대와 하이킹’을 함께 하게 됐다. “사실 쉬고 싶고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전 힘들어라고요. 방송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며칠 안 나오면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어요. 불현듯 비행기 티켓을 끊을 수 있는 것, 그 행위 자체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안영미)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치열한 최전방에서의 삶,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지속가능한 연예인으로의 삶에 길들여진 안영미에게 여행이 자신의 현재를 돌아볼 이정표이라면, 단 한 번도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새터민 이은혜에게 그것은 꿈이자 로망이었다.

“어릴 적 꿈은 북한에서부터 전 세계를 여행하는 거였어요. 떠나보지 못한 길이었기에 궁금한 게 많았어요. 북한에 있을 땐 다른 나라에 대한 상상을 할 수도 없었죠. 여행 자율화 나라도 아닌 데다 경제적인 여유도 없고요. 제겐 어떤 특별한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단계인 것 같아요.”(이은혜)

안영미에겐 또 다른 바람도 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본연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비치는 거칠고 센 이미지로 만들어진 개그우먼 안영미가 아닌 여자 안영미로의 모습도 만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여행’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수많은 의미를 담을 만큼 고단한 삶이었던 두 사람에게 이번 자전거 여행은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특별한 시간이 되겠지만, 출발이 쉽지는 않다. 22일 오전 두 사람은 3박4일간의 생활비와 호텔 주소만 받은 채 일본으로 향했다. 첫 방송은 내년 1월 4일 밤 10시다.

/shee@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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