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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속으로 사라진 통진당…이석기 의원 상고심도 영향 받을 듯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우리 나라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사법 기관에 의해 정당이 해산되는 초유의 사건이 현실로 나타났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마지막 재판에 나와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고 주문을 낭독했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8명이 해산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5명(지역구 의원직 3명, 비례대표 의원 2명) 의원직 모두를 박탈한다고 결정했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은 야당이 지명한 김이수 재판관 1명 뿐이었다.

박한철 소장은 설명문에서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절차는 정당하고 적법했으며 정당해산 심판, 제도적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통진당이 전민항쟁과 저항권 행사 등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 했다”며 “이는 목적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박 소장은 이어 “북한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비춰볼 때 추상적 위험에 그친다고 볼 수 없다”며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설명>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이 열리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박 소장은 “정당 해산의 취지를 실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소속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 “피청구인의 강령인 자주파는 1980년대에 들어서 식민지 반봉건사회 반자본주의 사회로 이해되는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세력”이라며 “이들은 자주파에 속하고 당을 주도해 왔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해왔고 이들은 맹목적으로 북한을 지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피청구인의 목적에 대해 헌재는 “사회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적 정부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설정해 왔다”고 덧붙였다.

통진당의 활동과 관련해 헌재는 ”이석기 등의 내란음모사건을 통해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폭력수단을 실행했다”며 “이석기 의원 등이 연루된 경기동부연합 지하혁명조직(RO)은 통진당 활동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개별 의원이 위헌적 정당 이념을 대변하는 한 정당해산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해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통진당 소속 오병윤ㆍ이상규ㆍ김미희 등 지역구 의원들과 이석기ㆍ김재연 등 비례대표 의원들 등 5명의 의원들은 모두 의원직을 잃게 됐다. 이날 헌재의 모든 선고 과정은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선고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통진당은 창당 3년 만에,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는 1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1958년 이승만 정권이 죽산 조봉암의 ‘진보당’을 강제해산한 사례가 있지만 헌법절차에 따라 정당이 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법기관에 의한 정당해산 결정으로 통진당은 치명타를 입게 됐다. 당의 모든 잔여 재산은 국고로 귀속되고 유사한 이념과 활동을 표방하는 이른바 ‘대체 정당’도 금지된다. 앞으로 ‘통합진보당’이라는 명칭도 정당의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 해산 결정은 곧바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통지되고 선관위는 바로 통진당의 정당 등록을 말소한다. 정치,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진보진영의 정치세력은 위축되고 사회 전반에는 ‘공안’ 분위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해산 결정으로 내년 1월 말로 예정돼 있는 이석기 의원의 대법원 형사사건 상고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가 통진당 해산의 근거 중 하나로 주장했던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에 대해 1심인 수원지법은 내란음모, 내란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인 서울고법은 내란음모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었다.

법조계는 헌재의 해산 결정으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이날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은 법무부가 지난 해 11월 9일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반한다며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지 409일만에 나온 것이다. 법무부와 통진당은 그동안 18차례 공개변론을 통해 약 17만쪽에 달하는 증거자료를 제출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부는 작년 11월 5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법무부가 긴급 안건으로 상정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심의, 의결한 뒤 유럽 방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의 전자 결재를 받아 심판을 청구했다. 그 동안 법무부는 2907건, 진보당은 908건의 서면 증거를 냈다. A4 용지 16만7000쪽에 해당하는 기록은 종이 무게만 888㎏, 쌓으면 높이 18m에 달한다.

해산 결정에 나오자 법무부는 “헌재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오늘 선고로 대한민국은 독재국가로 전락했다”며 “반드시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나라를 국민여러분과 함께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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