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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편하다, 낯설다…그래서 더 끌린다
2년만에 새앨범‘ 이명’발표한 밴드 한음파
“똑같은 건 재미없다…새로운 소리, 우리 존재 이유”


이 음악은 불편하다. 다음 마디를 예측할 수 없는 구성, 그 위로 쏟아지는 변박과 불협화음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불편함의 근원은 낯설음이다. 낯설음이 대질을 통해 익숙해지는 순간, 이 음악은 살아있는 비정형의 덩어리로 변모한다. 동시에 불편함은 매혹으로 치환된다. 밴드 한음파는 단 한 번도 귀에 설은 소리를 들려준 일이 없다. 그러나 매혹적이다. 2년여만의 신보이자 세 번째 정규 앨범인 ‘이명’ 역시 그러하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한음파의 멤버 이정훈(보컬ㆍ마두금), 장혁조(베이스)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정훈은 “앨범을 들은 뒤 귀에 여운이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명’이라는 타이틀을 만들었다”며 “평소에 듣지 못하는 소리들을 듣게 되는 ‘이명’의 증상처럼, 이 앨범에는 그런 소리들이 많이 들어있다”고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밴드 한음파가 새앨범 ‘이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장혁조(베이스), 김윤태(드럼), 이정훈(보컬ㆍ마두금), 윤수영(기타). [사진제공=디오션뮤직]

한음파는 지난 1995년에 결성돼 2001년 셀프 타이틀 데뷔 미니앨범을 발표했으나 이듬해 멤버들의 개인적인 사유로 활동을 중단했다. 무늬만 신인이었던 한음파는 2009년 첫 정규 앨범 ‘독감’, 2001년 정규 2집 ‘키스 프롬 더 미스틱’ 등 굵직한 문제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실험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날카로운 록 사운드를 강조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앨범은 프로그레시브 록과 월드뮤직을 방불케 하는 다채로운 색깔의 음악으로 유연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장혁조는 “1집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았다는 생각에 2집에는 록밴드의 기본 편성에 따라 직선적인 사운드를 담았는데,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에는 1집의 정서와 2집의 방법론을 결합했다”며 “전작을 통해 밴드와 멤버들의 역할이 분명해진 것을 느꼈고, 이는 인위적인 효과를 최소화시키면서도 유기적인 밴드 사운드를 완성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곡예사’와 ‘프리즈’를 비롯해 ‘크로’, ‘유령선’, ‘백야’, ‘배니싱’, ‘아우트로’, ‘이고’, ‘뱅가드’, ‘일식’ 등 10곡이 담겨 있다. 뚜렷해진 보컬 멜로디 라인 외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다. 한음파는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프로듀싱부터 녹음, 앨범 재킷 디자인까지 직접 참여해 앨범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었다. 또한 최근 인디 신에서 보기 드물게 철저히 한글로 쓰인 가사는 다소 난해한 음악과 청자의 간격을 좁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정훈은 “지금 한음파의 음악은 지난 20년 동안의 삶과 그동안 들어온 음악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결과물이지만, 우리에게 영감을 준 음악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누구도 들려주지 않는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기 위함이기 때문에 똑같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한음파는 내년 2월 말께 단독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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