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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심화되는 극점사회 ‘인구블랙홀의 힘’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이사는 불가피하다. ‘특별하고 어쩔 수 없는 이유’가 누구에게든 생긴다. 그 불가피한 이유는 대부분 호구지책 때문이다. 은퇴세대가 금전부담 탓에 지방·시골이주를 결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사는 다른 말로 하면 인구이동이다. 인구이동의 변화, 즉 지역별 전출입변화는 한 국가의 경제상황과 지역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한국의 인구이동은 다른 나라보다 변동성이 크다. OECD 국제비교에서 가장 높은 호주, 스위스에 이어 한국이 3위다. 이유는 고용, 주택공급, 간병·의료정책 등으로 꼽힌다. 수요를 찾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청년인구를 필두로 한국의 인구이동은 향후 더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급증하면서 근로기간 종료이후 새로운 곳으로 일자리를 찾아야 할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메뚜기처럼 오늘은 여기, 내일인 저기 식의 형태로 단기적인 인구이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고령화 과정을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 시사점이 많다.

일본에선 요즘 전통적인 도시·농촌의 양극화를 넘어선 도시로의 ‘일극’ 집중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른바 ‘극점(極點)사회’에 대한 우려다.

지방농촌의 과소(過疎)화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노인인구로 버텨오던 농촌지역 중 상당수가 인기척 없는 유령마을로 전락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다. 연구기관별로 약 20~40년 후면 지방쇠퇴뿐 아니라 일본자체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인인구의 감소지역은 광범위하다. 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지자체의 20%에서 노인인구가 줄어들었다.

이는 노인의 자연감소(사망)와 인위적인 지역이탈이 뒤섞인 결과다. 후자는 간병 등 거주환경이 좋은 도시로의 대거유입을 뜻한다. ‘노인감소→경기침체→고용감소→실업우려→지방탈출’의 시나리오다. 반면 대도시는 인구과밀에 시달린다. 그나마 노인의 쌈짓돈에 버텨오던 지방경제가 존망위기에 빠지면서 도심지역이 농촌인구를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것이다.

지방에 빈집이 늘어나면서 지방경제는 계속 힘들어지고 있다. 고령자의 연금소득으로 지탱돼온 지방경제로선 그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노인경제’의 붕괴다. 특히 간병·의료 등 서비스업의 핵심고객이던 노인인구가 줄면서 일자리를 잃어버린 현역여성(20~39세)이 급증했다.

이들은 자연스레 일과 돈을 찾아 노인과 함께 고향을 떠난다.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곳은 대도시와 수도권이다. 젊은 여성마저 지역을 벗어남으로써 지자체는 생존능력을 상실했다. ‘한계지자체’의 등장이다. 2040년 현재의 20~39세 여성비중이 절반이하로 줄어들 지자체는 전체의 약 50%에 달할 지경이다.

일자리를 좇는 청년인구의 지방탈출이 늘어나면서 극점사회는 더 심화된다.

그렇다고 도시거주가 좋지만은 않다. 도시로 집중되는 현상은 주거 환경을 악화시키고, 임대료를 올린다. 힘겨운 도시생활은 결혼을 미루게 하고 출산을 어렵게 한다. 도쿄여성의 미혼비율은 42%나 된다.

한국에서도 이미 극점사회 논란은 시작됐다. 도심 집중, 강남 쏠림, 양극화가 화두가 된지 오래다. 개인과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뭔가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예고된 미래는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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