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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 리더의 파워콘텐츠…그속에서 위로·희망찾다
케이블채널·종편 약진·영화시장의 양적성장
전 문화 아우른 CJ·JTBC 문화권력 입증

마왕 사망·서태지 컴백 등 가요계는 혼돈
‘명량’ 1700만 1위 등극…총관객수 2억 돌파
세월호에 공연계 ‘침묵’…연말 막말파문 시끌



드라마 ‘미생’ ‘밀회’,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히든싱어’ 등 올 한 해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프로그램들은 공통점 하나를 가지고 있다. 바로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의 콘텐츠라는 점이다.

올해엔 특히 예능 프로그램 분야에서 케이블채널과 종편이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지상파가 이를 쫒아가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뒤늦게 위기감을 느낀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존심을 접고 케이블 채널과 종편의 인기 프로그램을 베끼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성공 코드에 집착한 급조된 함량미달의 콘텐츠 앞에서 지상파라는 프리미엄도 속수무책이었다. 이제 어디에서 방송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을 방송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한국 영화 관객 수는 지난해에 이어 또 2억 명을 돌파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영화 누적관객 수는 2억129만3225명(전일자까지의 관객 수 마감 통계와 실시간 발권데이터를 합한 수치)을 기록 중이다.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총 영화 관객수 2억 1332만명에 버금가는 수치다.

케이블채널과 종편의 약진, 그리고 영화시장의 양적 성장에는 CJ와 JTBC가 있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영화, 방송, 대중음악, 공연 등 대중문화사업 전 부문을 지휘하며 CJ를 ‘문화권력’을 공고하게 만들었다. 지난해에 이어 헤럴드경제 선정 대중문화 파워리더 1위 자리를 지킨 이유다. 나영석 CJ E&M 프로듀서는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삼시세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JTBC는 ‘비정상회담’ ‘끝까지 간다’ 등 참신한 예능으로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데 이어 균형을 갖춘 보도로 시청자들의 신뢰까지 얻어냈다. 한때 생존 가능성을 의심 받았던 케이블채널과 종편은 이제 독자적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2014년 대중문화계는 생존의 필수조건이 변화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 무너진 지상파 권력, 플랫폼보다는 콘텐츠…나영석ㆍ손석희, 그리고 ‘미생’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들어서며 콘텐츠가 양적 증대를 거듭하자 시청자는 볼거리가 많아졌다. 모든 콘텐츠를 소화하기 시작한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너무도 높아져 ‘자기 프로그램’에만 매몰된 제작자들의 수준을 앞지르게 됐다. 안타깝게도 ‘플랫폼’이 경쟁력이던 시절은 지나갔다. 볼 만한 콘텐츠는 찾아보고 기다렸다 보는 시대, 시청자를 움직이는 건 채널의 숫자가 아닌 ‘콘텐츠’였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 방송 콘텐츠의 키워드는 위로와 공감이었다. 2014 대중문화 파워리더 30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들에게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다. 대형참사 앞에 찾아온 절망을 다독이고, 반복되는 삶에 나타나는 부조리에 저항하고, 기댈 데 없는 현대인들에게 숨 쉴 곳을 내준 콘텐츠만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 해였다.

지난해 ‘꽃보다 할배’ 시리즈와 ‘응답하라 1994’를 성공시키며 지상파를 위협했던 tvN이 선보인 나영석 PD의 ‘삼시세끼’와 김원석PD의 ‘미생’은 하반기 브라운관의 최고 히트작으로, 시청자들은 두 프로그램을 통해 위로받고 공감하며 대리만족했다.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은 스스로 콘텐츠가 됐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종편에서 ‘공정보도’, ‘진실보도’를 앞세운 손 앵커의 1인체제는 빛을 발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 당시 공영방송 뉴스가 공정성 논란이 시달릴 때 JTBC는 ‘손석희’라는 브랜드를 부각시키며 맨파워에 기댔다. 일방적인 보도 대신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자 JTBC 메인뉴스는 지상파 일변도의 방송뉴스 흐름을 바꾸며 새 판을 다졌다. 손 앵커는 지난 12년간 진행한 대중문화 파워리더 설문에서 처음으로 톱5 안에 이름을 올렸다.

지상파의 자존심을 지켜준 건 SBS ‘별에서 온 그대’와 MBC ‘무한도전’이었다. 한류 콘텐츠의 인기를 끌어올린 ‘별그대’로 전지현김수현은 올해 파워리더 30에 첫 진입했고, ‘무도’의 위기도 콘텐츠로 되살린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저력은 다시금 입증됐다.



▶ 중견 가수들의 잇단 귀환과 장르의 다변화

‘마왕’신해철의 급작스런 사망과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의 차량전복에 따른 사망과 부상, 글로벌 그룹 엑소의 중국 멤버 크리스와 루한의 탈퇴와 소송,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의 탈퇴 등 사건 사고로 점철된 가요계는 예측불허의 한 해를 보냈다. 소유 ㆍ정기고의 ’썸‘으로 시작된 가수들의 콜라보는 아이유와 김창환, 산이와 레이나, 성시경 권진아 등으로 이어지며 올 한 해 트렌드를 완성했다.’문화대통령‘ 서태지의 귀환, 그룹 god의 완전체 컴백, 이선희, 신해철, 김동률, 박효신, 임창정 등 오랜 공백을 깨고 컴백한 가수들은 가요계를 한층 풍요롭게 했다. 쟝르의 다양화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힙합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스윙스,산이, 로꼬, 빈지노, 다이나믹 듀오 등 래퍼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오디션프로그램출신의 악동뮤지션, 권진아, 버나드박, 바비 , 김필, 곽진언 등 신인 혹은 예비가수들이 방송과 음원시장에서 활약하며 음악시장의 변화를 예고했다. 글로벌 가수 싸이의 신곡 ’행오버‘는 기대에 못 미쳤다.



▶ ‘명량’만 빛났다…외화내빈 영화계

지난해 한국영화는 ‘변호인’과 ‘7번방의 선물’ 등 1000만 관객 영화 두 편을 필두로 ‘설국열차’ ‘관상’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신세계’ 등 다양한 영화들이 고르게 흥행했다. 그러나 올해 영화계는 극심한 외화내빈을 겪었다. 

올해 개봉한 영화 흥행 상위 10편 중 한국영화는 ‘명량(1761만명)’, ‘해적: 바다로 간 산적(866만명)’, ‘수상한 그녀(865만명)’, ‘군도: 민란의 시대(477만명)’ 4편이다. 반면 외화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1029만명)’을 필두로 ‘인터스텔라(841만명, 상영 중)’,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529만명)’ 등 6편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400만명)’,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396만명)’ 등 다양한 외화들이 평작 이상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한국 영화의 공급과잉이 있다. 지난헤 한국영화 개봉작은 183편이었으나, 올해엔 11월까지 무려 204편에 달한다. 2015년에 영화계는 어떤 구조조정을 겪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 세월호 참사에 막말 파문…바람 잘 날 없던 공연계

올해 공연계는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큰 타격을 입었다. 뮤지컬 ‘두도시 이야기’ 공연 취소, 서울연극제를 둘러싼 갈등,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막말 파문 등 크고 작은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나라 전체가 비통함에 잠겼던 세월호 참사 당시 공연 제작사들은 제작발표회 등을 줄줄이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 홍보에 적극 나서지 못한데다 기업, 학교 등 단체관람 취소도 이어져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7월 29일 ‘두도시 이야기’는 공연 시작 15분 전에 돌연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임금 체불 문제로 공연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난 후 제작사인 비오엠코리아는 사무실을 비우고 자취를 감췄다. 주요 제작사 중 하나였던 뮤지컬해븐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연말에는 매년 개최돼왔던 서울연극제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대관에서 처음 탈락하면서 연극계와 정부 당국의 갈등이 빚어졌다. 서울시향 직원들은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 및 성추행 등을 폭로했고, 박 대표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윤미ㆍ신수정ㆍ고승희ㆍ이혜미ㆍ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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