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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리포트> 25세 나합격 양, 1년간 항공사승무원 준비하며 지출한 내역 들여다보니…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영리포트팀은 취재 기간 동안 항공승무원을 지망하는 준비생 10여명을 만났다. 모두 1년 가까이 항공승무원 취업 준비를 해온 이들로 모두가 국내외 항공사 채용 전형을 치른 경험이 있었다. 모든 취업 준비가 돈 없이는 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지만 항공승무원 지망생들은 외국어 능력 등 자기계발은 물론 외모, 복장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준비가 요구됐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취재팀이 만난 준비생들 중 한 사례를 소개한다.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신원은 익명으로 한다.

나합격(25ㆍ가명)양은 지난 2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 인문대학을 졸업했다. 학창시절 다수의 서비스직 아르바이트 경험을 계기로 항공승무원의 꿈을 꾸게 된 그는 졸업 직전인 올 해 1월부터 본격적인 항공승무원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약 1년 간 총 세번의 면접을 치렀다. 국내 A항공사 실무면접, B항공사 임원면접, C외국항공사 임원면접까지 기회를 잡았지만 합격은 하지 못했다. 1년 간 항공사 승무원 채용준비를 하며 지출한 비용은 약 600만원 수준이다. 준비생들에 따르면 “이정도는 평범한 수준”이지만 다른 일반기업의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에 비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다.

▶승무원 과외, 96만원=나합격 양은 채용 준비를 위해 전직 승무원으로부터 과외를 받았다. 통상 승무원 과외는 국내외 항공사 전직 승무원들이 강사로 나선다. 신촌 A강사, 강남 B강사 등 지역별 유명강사가 있는가 하면 승무원 과외 전문 에이전시까지 있다. 나 양은 A 강사의 과외를 두달 간 수강했다. 비용은 월 33만원. 주 2회, 회당 2시간씩이었다. 이후 B 강사가 운영하는 과외도 한달 수강했다. 이 과외는 주 1회 2시간 수업으로 비용은 15만원이었다. 승무원 과외는 면접 준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사하는 법을 기본으로 배우고, 기출 문제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와 실제 면접처럼 연습을 한다. 실제 항공사 유니폼을 입고 연습하기도 하고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다. 정식 과외는 세달로 끝났지만 면접을 앞두고 일회성 과외도 몇 차례 참가했다. 주 1회 1시간 씩 총 4회가 진행되는 모의 면접 과외는 10만원이었는데, 이 과외의 강사는 국내 항공사 현직 부사무장이었다. 2~3명의 전직 승무원이 면접관으로 참석하는 모의면접(1회당 5만원)도 면접을 대비해 참여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영어 학원 및 시험, 136만원=일반적인 취업 준비생 처럼 항공승무원 지망생에게도 영어 성적은 필수다. 자격 제한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토익, 토익스피킹, OPIC 등 공인영어 성적이 인정된다. 토익스피킹은 5급 이상, OPIC은 IH 이상 정도면 무난하다. 나 양은 사설 영어학원에서 3개월 간 OPIC 수업과 토익 수업을 수강했다. 월 12만원짜리 강의를 각각 3개월 씩 수강했다. 나 양은 외국항공사 채용을 대비해 지난 상반기 한달 동안 외항사 승무원 채용 대비 특별반을 수강하기도 했다. 나 양처럼 외항사 승무원을 준비하는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외항사 면접에 대비해 영어 면접을 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달에 약 20~30만원 정도 비용으로 일반 영어 시험 대비반에 비해서는 가격이 비싼 편이다.

▶외모 관리, 220만원=나 양은 165㎝ 남짓인 자신의 키가 항공승무원 지망생 평균 신장에 비해 작다는 생각에 체중 감량 및 몸매 관리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12개월 동안 동네 시립체육관에서 운영하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비용은 월 5만원이다. 운동으로만 5㎏ 이상 감량에 성공했지만 면접을 앞두고 체중을 더 줄이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두달 동안 다이어트용 한약을 복용하고 있다. 한약과 함께 다리 살을 빼준다는 다이어트침도 함께 맞았다. 비용은 총 50만원이었다. 피부관리도 꾸준히 하고 있다. 15회 관리를 받는 비용으로 100만원을 지출했다. 작고 갸름한 얼굴형을 만들기 위해 2회(1회 5만5000원)에 걸쳐 양쪽 턱관절에 보톡스도 맞았다. 

▶면접 메이크업 및 복장, 205만원=항공사의 면접 복장과 관련해 회사 측에서 정해놓은 규율은 없다. 하지만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국내 항공사와 외국항공사는 기준이 다르다’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국내 항공사는 이른바 ‘유관순 복장(흰 블라우스와 검은 치마)’이 가장 무난하고, 외국항공사는 각 항공사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복장이어야 한다는 것. 나 양도 이런 불문율에 따랐다. 국내 항공사 면접을 위해 승무원 면접 용품 전문 판매점에서 흰 블라우스 2장과 검은 치마 2개를 구입했다. 블라우스는 스카프를 두른 듯한 디자인과 기본 디자인의 제품을 각각 구매했고, 검은 치마는 같은 디자인이지만 사이즈를 다르게 구입했다. 총 18만원 정도 지출했다. 외항사 면접을 앞두고는 백화점을 찾았다. 해당 항공사가 단정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좋아한다는 정보를 듣고 깔끔한 정장 스타일의 의상을 구매했다. 흰색 자켓과 남색 민소매 원피스를 구매했다. 자킷은 30만원, 원피스는 50만원 총 80만원이 들었다. 이외에 구두와 살색압박스타킹, 면접용 흰색 시계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면접 일정이 잡히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헤어와 메이크업을 위해 메이크업숍을 예약하는 일이다. 나 양은 첫번째 면접 당시 이대 앞에 있는 메이크업숍에서 6만원을 주고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을 받았다. 2, 3번째는 강남에 있는 메이크업숍에서 10만원짜리 메이크업을 받았다. 나 양은 “항공사들은 ‘복장이나 메이크업에 큰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 지망생들 입장에서는 기회 한번이 소중하기 때문에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자 한다. 그렇다보니 10분 정도 되는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외모와 복장을 준비한다. 비용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합격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투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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