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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조양호 부녀가 간과하고 있는 한가지, 대한항공 직원들에 대한 사과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이른바 땅콩 회항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비난 여론은 물론이고, 국토교통부는 16일 사건의 장본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조 전 부사장은 앞서 참여연대의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 위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에 대한 고발건으로 17일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입니다.

사실 대한항공을 출입하는 담당기자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습과정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최초 언론에 사건이 알려진 지난 8일, 15시간이 지나서야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명의가 아닌 회사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합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더 큰 역풍에 휩싸이게 됩니다.

바로 진정성어린 사과보다는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사무장과 해당 승무원에 대한 비난과 책임넘기기로 더 큰 부분을 할애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당시 그녀의 행동은 임원으로써 당연한 행위였다고 합리화를 하는 것은 물론, 향후 승무원에 대한 서비스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엉뚱한 대책까지 밝혔습니다.

당연히 여론은 반발했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의식한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보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홍보실을 통해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보직만 사퇴할 뿐 부사장 직위와 계열사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나 ‘무늬만 사퇴’라는 비판여론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급기야 조 전 부사장의 국토부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조 회장은 당시 사과문을 통해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며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조현아의 아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번 바란다”고 읍소했습니다.

이어 조현아 전 부사장도 국토부 조사에 앞서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16일에는 전국 주요 일간지 1면에 사과광고도 게재하며 다시 한 번 성난 여론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은 물론 조양호 회장이 간과하고 있는 한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것은 조현아 전 부사장도, 한진그룹을 책임지는 조양호 회장도 아닌,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을 구성하는 수만명의 임직원들이라는 점입니다.

취재 도중에 만난 대한항공의 운항승무원 및 직원들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 “회사를 다니는 것이 이처럼 부끄럽고 참담한 적이 없었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승무원은 “비행을 위해 유니폼을 입은채 공항으로 가는 내내 사람들의 곱지않은 시선이 느껴져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사건이 보도된 후 부모님이 전화를 해 ‘네가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지 몰랐다’고 눈물을 흘리더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일련의 사과와 수습과정에서 이처럼 상처입은 직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는 없었습니다.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비는 것은 이번 일의 본질이 아닙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이처럼 분노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일반직원들에게, 오너라는 이유로 비합리적인 처사를 일삼아왔다는 의혹에 대한 분노입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그동안 한진가 오너들의 고압적 처사에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대한항공의 직원들의 제보가 각 언론사에 빗발치고 있습니다.

이들의 분노가 과연 하루아침에 생긴 것 일까요?

기업에서 오너(owner)라는 단어는 단순히 이 회사가 내 것이라 내마음대로 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구성원들에 대해 내 자신, 내 가족과 같이 생각하고 아끼는 태도가 바로 오너의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조양호 회장 및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제라도 이번 일로 상처받은 사무장 등 당사자는 물론,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전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이 이를 계기로 건강한 조직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누구보다 오너일가가 낮은 자세와 겸손한 태도로 앞장서길 기대해 봅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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