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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왜 세종시에는 대형건설사 아파트가 적을까?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세종시에 있는 다수의 아파트가 이름난 대형건설사가 아니라 중견건설사의 작품입니다.

중흥건설, 호반건설, 제일건설, 유승건설, 모아건설, 이지건설, 한신공영 등 생소한 건설사들이 많습니다. 이 건설사들은 세종시 아파트의 인기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행정 기능의 중심이 집결된 세종시라는 상징성에 수익성까지 담보되는 아파트 건설에 왜 대형건설사들은 나서지 않았을까요.

세종시에서 특별건축구역 지정 제도가 도입돼 올해 분양한 2-2생활권 아파트 견본주택 전경

물론, MB정권 당시 세종시 수정안이 추진되면서 세종시 아파트 건설사로 선정된 대형건설사들이 모두 택지를 반납해 세종시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수익성이 충분한 세종시 아파트 건설에 대형건설사들은 좀처럼 나서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물론, 세종시 수정안 추진 분위기에 택지를 반납한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소문도 나돌았으나, 확인 결과 실제로 괘씸죄가 적용된 사례는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택지를 반납한 대형건설사들이 세종시 분양이 잘 되는 걸 보고 다시 택지 확보 경쟁에 뛰어들기가 민망해 망설였다는 이야기가 실제에 더 가깝습니다.(물론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택지를 반납하지 않은 일부 대형건설사들이 나중에 분양 ‘대박’이 나고 뭇 대형건설사들의 부러움을 산 경우가 일부 있긴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세종시 택지 대부분을 위에서 언급한 중견 건설사들이 휩쓰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중흥건설은 올해까지 세종시에서만 총 9개 단지 1만 가구를 공급해 모두 100% 계약 완료하는 세종시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호반건설, 모아건설, 이지건설 등도 모두 세종시에서만 4~5개 단지를 건설해 아파트 건설 명가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대형건설사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세종시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이 당시 세종시 아파트 분양은 이미 성공이 예약된 확실한 사업장이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치던 2011, 2012년이었고 당시 일부 대형건설사들이 경기 악화로 인한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줄곧 세종시 분양 경쟁에 나서지 않은 이때의 상황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한동안 ‘왜 대형건설사들은 줄곧 세종시로 가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에 빠져 있었고 그 의문을 오랫동안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그토록 궁금했던 그 문제의 답이 너무나 단순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견 건설사는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입찰에 참여하지만 대형건설사는 도의상 그렇게 못하기 때문이다.” 이게 답입니다.

건설사가 세종시 택지 매입을 위해서는 입찰을 해야 하는데, 낙찰자를 가리는 방식이 추첨제였습니다. 입찰자가 일정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이들이 입찰한 뒤 무작위 추첨으로 낙찰자를 가리는 겁니다. 극도의 운이 따라야 해 ‘운찰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견 건설사들은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당첨 가능성을 높입니다. 복권을 살 때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장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대형건설사들은 자기 이름으로만 입찰에 들어갑니다. 로또를 살 때 복권을 한 장만 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011년 대우건설이 세종시 첫 민간분양에 나서 ‘완판’을 기록하면서부터 불붙은 세종시 아파트 민간분양 택지 경쟁에서 당첨은 이미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 이런 와중에 대형건설사의 품위와 자존심을 지키느라 나홀로 입찰, 탈락의 고배를 연거푸 마셔왔다는 겁니다.

대형건설사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올해 분양한 2-2생활권부터는 ‘운찰제’가 배제되고 특별건축구역 지정 제도가 생겨 상황은 좀 더 나아졌습니다. 택지를 경쟁입찰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몇 개의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4~5개 블록을 공동 건설하는 방식인데 단지 설계가 우수한 컨소시엄을 우수작으로 뽑아 시공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대형건설사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겁니다.

세종시에서 내년에 분양하는 2-1생활권 아파트 역시 특별건축구역 지정 방식으로 건설됩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세종시에서 대형건설사가 짓는 아파트가 점점 늘어날 전망입니다.

어떻게 보면 특별건축구역 지정 제도 도입은 세종시 아파트 공사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대형건설사를 세종시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기 위한 ‘신의 한 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 세종시에 대형건설사 아파트가 적은 이유와 향후 전망을 전해드렸습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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