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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융커의 EU’는 언어 각축장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국제기구의 공식 언어는 영어와 프랑스어이지만 최근 브뤼셀 EU본부 기자회견장에는 최소 4개 국어를 들을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3일 장 클로드 융커 EU 신임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초 취임한 이래 “기자회견에서 영어와 불어 이외의 질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룩셈부르크 출신인 융커 위원장은 독일어와 불어, 영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 1 부위원장인 프란시스쿠스 티머먼스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독ㆍ불ㆍ영어는 물론 이탈리아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위원장 자리를 융커와 맞붙었던 독일의 마르틴 슐츠도 독ㆍ불ㆍ영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슐츠는 선거전을 치르면서 모국어인 독어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2차 대전 상흔으로 독일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 이후 독일이 남유럽 국가에 긴축을 요구하면서 반감이 더해졌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게티이미지]

그러던 슐츠가 지난 7월 취임 기자회견 자리에서 돌연 독일어를 꺼냈다. 회견장은 술렁였고 슐츠의 얼굴은 일순 마뜩찮은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옆에 있던 융커 위원장의 재치있는 대응이 없었다면 취임 첫 시작을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치를 뻔했다.

당시 융커 위원장은 “나도 월드컵 우승팀(독일)의 언어로 말하겠습니다. EU의 공용어니까요”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브라질 월드컵 직후 독일 우승을 유럽의 승리로 받아들였던 분위기를 제대로 활용한 것이다.

EU의 공식언어는 28개 회원국에서 사용하는 24개 언어에 이른다. 이중 독일어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루마니아,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벨기에의 공식 공용어로, EU 실무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EU본부에서는 다양한 언어가 오가고 있지만 약소국의 비애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 기자회견장에서는 크로아티아 기자 “나도 모국어로 질문하고 싶지만, 자제할게요”라고 말해 블랙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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