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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홍석희> 새정聯 존재의 이유
예산안이 ‘덜컥’ 합의됐다. 그러나 무엇이 ‘합의’됐는지 알기 어렵다. 합의란 서로 다른 뜻을 가진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내놓는 의견이다. 그런데 예산안 합의엔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사가 관철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양당 합의문은 6개 항인데, 우선 담배값 2000원 인상안이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다. 그간 새정치연합은 ‘서민증세’, ‘꼼수증세’라며 새누리당과 정부의 ‘담뱃세 인상’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그런데 정부안이 그대로 ‘합의안’이라며 통과가 된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담뱃값 인상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꺼내며 담뱃값을 1000원 인상하려던 것을 ‘500원 인상’으로 막아선 바 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공수가 교대됐다. 

새정치연합은 ‘어쩔 수 없었다’며 2000원 인상안을 합의해줬고, 새누리당의 전신은 이를 절반이나 막아냈다. 새정치연합이 자처하는 ‘서민의 대변자’ 역할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존재의 이유’를 고심해야 할 지점이다.

‘부자 감세 정상화’도 성과가 전무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명박 정부 시절 낮아졌던 법인세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인세 정상화는 이번에도 불발됐다. 이명박 정부시절 많게는 100조원에 이르는 감세 효과를 재벌과 대기업들이 누렸다면서 파상공세를 폈던 새정치연합은 특혜감면제를 수정해 약 5000억원 가량을 재벌대기업들로부터 더 걷게 됐다고 홍보했다. 담뱃세 인상 세수효과(2조8000억원)의 5분의 1 수준의 돈을 더 걷게 됐다고 자찬한 셈이다.

새정치연합도 ‘머쓱’하긴 했나보다. 합의안이 나온 직후 그들은 ‘5대 성과’를 리스트로 내놨다. 홍보가 부족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주말(11월 30일) 새정치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또다시 ‘예산안 합의 성과’라며 브리핑을 했다. 요약하면 ‘날치기’ 될 뻔 했던 예산안에 간신히 숟가락이라도 얹었다는 게 요지다. 

이쯤되면 뭘 ‘바꿔 먹었나’ 의심도 간다. 주고 받음이 명확한 정치판에서, 표면적으로 이해가 불가한 합의안이 나왔을 경우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의혹이다. 예산안 자동부의제가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그렇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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