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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봉도 안한 ‘국제시장’, ‘평점 10점’ 쏟아지는 이유?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이상한 일이다. 개봉일이 2주 이상 남은 영화 ‘국제시장’에 벌써부터 ‘평점 10점’이 난무한다. 심지어 특정 커뮤니티에 ‘좌표’라도 찍힌 것처럼 찬사 일색인 영화 평이 몇 분 간격으로 쏟아지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영화와 무관한 평가가 대부분이다. ‘진정한 이 시대의 애국자들의 삶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 ‘수고하셨습니다 산업화의 영웅들이여’… 영화를 본 네티즌이 남긴 후기라고는 볼 수 없는 내용이다. ‘국제시장’을 산업화 역군들을 추앙하는 영화로 오해한 ‘애국보수’ 네티즌들이 빚어낸 촌극이다. 

다소 민망한 평점 몰아주기에선 기시감이 느껴진다. 2013년 영화 ‘변호인’의 개봉할 당시 ‘평점 0점’이 난무하던 때와 닮았다. 다만 ‘변호인’의 경우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진 네티즌들의 반감(?)을 살 소지는 충분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실제 모델로 한 영화이기도 했고,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무고하게 핍박받는 인물들을 통해 당시 독재정권의 부당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은 경우가 전혀 다르다.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지지하거나 폄훼할 영화가 아니다. 윤제균 감독이 밝힌 기획 의도처럼 ‘자신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만든 영화’인 까닭이다. 1950~80년대를 배경으로 6.25와 광부·간호사 파독, 베트남 참전 등의 역사적 사건이 펼쳐지지만, 그 사건들이 어떤 의미를 갖기보다 인물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기 위한 시련으로 활용된다.(물론 이 점이 영화의 최대 약점으로 꼽힐 수는 있다.) 

영화와 무관한 정치적 견해가 영화 평을 장식하는 상황은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 일반 관객들의 괜한 오해나 반감을 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평점 10점’ 매기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다보면 그에 대한 반편향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국제시장’을 산업화시대를 미화한 영화로 오해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평점 깎아먹기’가 이뤄질 조짐도 보인다.

영화 관계자는 물론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라면 고단한 삶을 살았던 조부모님·부모님 세대를 위한 헌사와 같은 영화가,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닌 영화 외적인 오해와 편견들로 그 의미가 퇴색되는 일이 없길 바랄 것이다. ‘국제시장’ 시사회를 다녀온 한 네티즌은 이런 글을 남겼다. “이건 정치색을 띄는 영화가 아닌데 왜 유신홍보영화라 하는건지요? 우리 부모님들의 일생을 찍은 영화입니다.”(jinr*******)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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