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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대학 졸업 10년만에 친구가 찾아왔어요”

기쁜 얘기다. 그러나 예산을 노린 방문이었다면 꼭 그렇진 않을 수도 있다.

예산 국회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국회 의원회관 및 본청에는 내년도 예산을 향한 움직임들이 기가 막힐만큼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물론이고 여야 끝발있는 국회의원들도 줄줄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들 방을 수시로 드나든다. 전화와 문자가 오가는 것은 기본이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졸업한지 10년됐어요. 그간 한번도 연락 안한 친구였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저를 찾아왔더라구요”라고 말했다. 보좌관을 방문한 친구는 정부 부처 공무원으로 재직중이었다. 그 친구의 요구는 명확히 예산이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회 안팎에선 예산 민감도를 보면 해당 부처의 ‘실력’을 알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컨대 실력이 좋은 A부처의 예산을 B의원이 “깎아야 된다”고 예결위 회의에서 말할 경우, 해당 발언은 거의 실시간으로 해당 부처에 보고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의원은 “예산 깎자는 얘기를 한지 5분도 안돼 의원회관으로 전화가 온다. 제게 문자도 보내죠”라고 말했다.

어느 의원실의 어느 보좌관이 어느 학교 출신이고, 고향이 어디냐 등을 따져 ‘맞춤형 인재’를 해당 의원실로 급파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예로든 ‘10년 친구’ 사례가 바로 그 케이스다.

국가 예산을 받아가는 정부부처와 각급 지자체 등 입장에선 한해 농사의 성패가 예결위 심사가 진행되는 2주만에 결정나는 것이니만큼 사활을 건다.

일부 로펌에선 아예 법안 로비에 덧붙여 예산 로비 영역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가지고 있는 인맥을 총 동원해서라도 예산에서 불이익은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절절하다.

그렇다면 그렇게 동원된 인맥들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까?

답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관련 일에 열성을 보이는 측과 열성을 보이지 않는 측은 그 결과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 보좌관은 “찾아오는 측의 예산은 한번이라도 더 보게된다. 10억원을 깎을 것을 5억원을 깎게 되고, 5억원 깎일 것을 3억원으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도 “예산이 증액돼야 하는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과, 무작정 ‘깎일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많은 예산을 가져 가겠냐”고 반문했다. 특별히 정치적으로 쟁점화가 되지 않는 사업이라고 한다면, 다수의 경우는 예산 증액 또는 감액에서 누가 더 많이 발로 뛰었느냐에 따라 예산 액수가 달라지기 마련이란 설명이다.

예산 국회는 여야 합의가 제대로만 풀리게 되면 11월 30일께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 증액과 감액 확정 액수도 이르면 12월 1일께 확정돼 의원들에게 제공될 것으로 알려진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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