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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력+재능=외계인…UFC 최두호 시대 개막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두호야! 두호야! (울먹울먹)…” “사부님, 절대 울지 마이소. 절대 울지 마이소.”

지난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프랭크어윈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57. 마누엘 푸이그(25ㆍ멕시코)에게 18초 KO승을 거둔 ‘슈퍼보이’ 최두호(23ㆍ구미MMA)는 케이지 펜스에 걸터앉아 포효했다. 이창섭 관장이 페스 밖에서 다가와 그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최두호는 이 관장에게 한사코 울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부가 울면 제자도 울게 된다. 싱글벙글 웃으며 입장했으니 나갈 때도 웃고 싶었다.

최두호가 이날 보여준 경기력은 대회 관계자와 해외 전문가들도 감탄할 만큼 놀라웠다. 크게 휘두르는 펀치도 아닌 가볍게 던지는 상대의 레프트 잽을 고개를 까딱하며 흘리며 날린 크로스카운터 스트레이트는 그대로 상대의 턱을 강타하며 넉다운을 만들었다. 한 해외 매체는 이 장면을 두고 감탄하며 “두호, 지구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그를 외계인 취급했다.

이날 승리로 UFC 데뷔전 승리, 국제전 10연승(통산 13전12승1패)을 달성한 최두호의 ‘UFC 성공시대’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최두호는 “목표는 역시 챔피언이다. 국제전 20연승도 하고 싶다”고 야심만만한 목표를 내걸었다.

사진제공-=ZUFFA, LLC

▶“재능 없나보다” 포기할 뻔…노력 더하며 승승장구=국내외 전문가들은 최두호의 타격 능력이 최정상급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아닌 게 아니라 최두호는 파이터로서 재능을 타고났다. 그를 8년째 지도하고 있는 이창섭 관장은 “동체시력과 순간반응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카운터펀치나 카운터니킥을 주특기로 하는 것도 그 덕”이라며 “타격만 하는 입식격투기로 진출했어도 통할 재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 건 아니다. 아마추어 시절엔 오히려 패배가 더 많아 대회사도 외면하던 평범한 선수였다. 이 관장은 “운동 시작한 2007년에는 숱하게 졌다. 아마 킥복싱대회에서 세번 나가 연속으로 지기도 했다”며 “한번은 복부에 니킥을 맞고 실신KO패를 한 뒤 풀이 잔뜩 죽어 울면서 ‘재능이 없나보다’며 그만두겠다 그러는 걸 달래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술회했다.

외계인은커녕 처음엔 그리 전도유망한 선수도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 그가 노력과 경험을 쌓으며 1년여 만에 어느 순간 기량이 확 올라갔다. 프로 무대에 입문해서는 연전연승이었다. “지금은 두호의 장기가 됐지만 처음 스트레이트를 쳐보라 하니 가관이었다. 가뜩이나 오리궁둥이인 그가 엉덩이를 쭉 빼고선….”

최두호는 방과후 대구에서 체육관이 있는 구미까지 와서 훈련을 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이 관장은 그의 타격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국 유명 체육관을 찾아다니며 ‘동냥 젖’을 먹였다. “운전면허를 딴 고교 3학년 때부턴 아예 내 차를 건네줬다.”

세계를 놀라게 한 최두호(왼쪽)의 크로스카운터. 상대의 레프트 잽을 인사이드로 피하며 상대의 턱에 정확히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꽂아넣었다. 사진제공=ZUFFA, LLC

▶“보여줄 것도, 배울 것도 많아”…웃으며 비수를 품다=센세이션을 일으킨 최두호의 기량은 세계에 어느 정도 통할 것인가. 이 관장은 제자의 타격 기량에 80점, 그라운드 기량에 85점을 줬다. 합격점이지만 세계챔피언을 100점 만점으로 볼 때 아직 꽤 모자라다는 것이다.

일반 팬들에게는 다소 의외지만 타격보다 그라운드 점수가 높은 건 실제 최두호는 타격보다 브라질유술(주짓수)을 먼저 배웠고, 더 뛰어난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주짓수는 입문 1년만에 최단기로 블루벨트를 땄고, 현재는 퍼플벨트다. 이 관장은 ”주짓수는 국내 최정상권이라고 보면 된다”며 “만약 이번 데뷔전에서 상대가 그래플링으로 덤볐어도 밀릴 거란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장이 꼽는 최두호의 최고 능력은 따로 있다. 이 관장은 “두호의 마음가짐과 멘탈은 99점을 주고 싶다. 그래야만 성실히 훈련을 받고 기량이 올라가며, 경기에 나서서도 주눅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귀국해 휴식을 만끽중인 최두호는 “우리 사부님은 자꾸 울려고 해서 이번에도 내가 말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즐기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 게 승리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UFC 공식기록상 그는 18초만에 끝난 이번 경기에서 14발의 펀치를 날리는 동안 무려 10발의 펀치를 적중했다. 그 사이 허용한 펀치는 단 한 대도 없었다. 부상은커녕 잔상처조차 없다. 이 때문에 이르면 내년 1월 조기 출격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최두호는 “부상은 전혀 없지만 감량도 해야 하고 전략도 세워야 한다”며 차기 출전 일정은 UFC와 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177㎝ 신장에 평소 체중이 78㎏인 그가 페더급 66㎏으로 출전하는 데는 적잖은 감량고가 수반된다.

그는 “앞으로 팬들에게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다. 그래플링이나 수비도 안 보여줬으니 반의반도 안 보여줬다”면서도 “하지만 배워나가야 할 것도 그 만큼 많다. 챔피언이란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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