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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포럼]<특별인터뷰>렘 콜하스 “엄청난 호기심이 내 끊임없는 열정의 원천”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건축계의 거장 렘 콜하스(70ㆍRem Koolhaaas) 하버드대 건축대학원 교수가 26일 막을 올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14’에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공유했다.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디자인포럼 오전 강연에서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콜하스는 “디자인이 다른 분야와 융합하며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디자인의 무한한 상호작용 가능성에 대해 역설했다.

도시건축 설계 뿐 아니라 건축이론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지닌 콜하스는 강연과 기자간담회 이후 또 한번의 특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당신에게 끝없는 열정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모멘텀은 어떤 것인가. 영화 일도 했었는데 건축이 아니라 젊은 시절 영화 산업에 종사를 택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난 예전에 저널리스트였다. 여기에서 보듯 내 열정의 원천은 그저 어마어마한 호기심이다. 어떤 사건 이면에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고자 하는 자세,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영화나 건축 디자인이나 큰 틀에서 매우 유사하다. 최근 프라다와 일했던 것도 마치 연극같은 작업이었다. 서로 다른 에피소드 사이의 내러티브(이야기)를 만들어서 풀어낸다는 점에서 건축디자인과 영화는 똑같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있는가.

-나는 가장(most or best) 이란 단어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의 인식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오늘의 인식이 내일도 그대로 유효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난 서울을 거의 50차례 방문했다. 20여년전 서울에 처음 왔을 땐 주택들이 반복적이고 너무나 획일적이어서 놀랐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 같다. 다만 건축은 아주 ‘복잡미묘’한 것이고, 서울에서도 이러한 복잡성을 이해하는 건축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서울에서도 세련되고 미적 가치가 아주 높은 고객들이 늘고 있는데 바로 그것이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의 좋은 점을 고르자면, 산으로 둘러쌓인 도시가 산을 따라 위치를 바꿔가듯 발전 해왔다는 점이다. 산길을 따라다니다다보면 그 도시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볼 수 있게 되는데, 그런 측면에서 서울은 매우 다양하고 아름답다.



▶디지털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의 시너지도 있지만, 디지털 기술이 우리를 감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온라인 상에 잘못된 정보가 떠돌아다녀 고통을 받는 등 최근 ‘잊혀질 권리’의 이슈도 제기되고 있다. 분명한 건 디지털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규제는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케이스기 때문에 그것이 실제 실행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구글조차도 이런 이슈에 대해 인지를 하고 EU 국가들과 ‘인터넷 감시’에 대해 협의중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걸 그냥 삼킬게 아니라 경각심을 갖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키울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 인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맞서거나 이를 부인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이미 모든 생활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중들이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들이 팔기 위해 쏟아내는 기술이 정말 우리 생활에 필요한 것일까? 과연 누가 이 아이디어에 의견을 제공하고 있나?



▶강연에서 편안함(comfort)와 도전(challenge)의 대결을 언급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편안함과 도전에 대해 얘기했던 이유는 내가 그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예전엔 우리가 자동차를 빨리 몰아서 위협을 느끼든 천천히 몰아서 늦든지 운전자 본인이 책임을 졌다.

하지만 요즘엔 기술 발전으로 자동차 스스로가 속도를 제어하고 차선을 바로잡아주는 기능까지 갖추게 됐다. 점점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삶은 편해졌지만 모험이 없다. 슬픈 건 내가 모험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당시 설계한 베이징의 CCTV 사옥을 언급하며, ‘더이상은 중국에 특이한 형태 건물을 짓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당신은 건물의 외적 형태는 중요치 않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시진핑은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미디어가 짜맞춘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공영채널인 CCTV 사옥은 매우 야망있는 건축물로 중국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14"가 26일 오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관에서 개막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특히 CCTV라는 곳은 아주 무게감있는 조직이고 중국 TV 컨텐츠산업의 핵심으로 신기술의 선봉에 서있는 곳이다.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조직의 특성을 건축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이 사옥은 어떠한 각도에서 봐도 결코 똑같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로 건축의 실용성이나 기능적 측면이 더 강조되면서, 사치라든지 즐거움같은 측면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용성이나 기능만 중요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badhoney@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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