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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전원의 계절은 ‘겨울’이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절기상 입동(立冬, 11월7일)에 이어 벌써 소설(小雪, 22일)에 접어들었으니 전원은 이미 겨울 모드다. 실제 필자가 사는 홍천의 산골 동네는 11월 들어서만 벌써 몇 차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8도를 기록했다. 최근 며칠은 포근했지만 언제 다시 기온이 뚝 떨어질지 모를 일이다.

지난주 충주 수안보에서 퇴직 예정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준비된 귀농ㆍ귀촌’이란 제목으로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귀농ㆍ귀촌 현황, 전원입지 선택 및 집짓기, 그리고 초기 전원생활 요령에 대해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특히 전원의 사계절 가운데 겨울을 제대로 나야 비로소 행복한 전원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의가 끝난 뒤 몇몇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줄곧 남쪽지방에서만 살았다는 한 분은 “경기도 양평에 전원 보금자리를 마련했는데 매서운 겨울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했다. 파주에 산다는 또 한 분은 “겨울추위는 오래 겪어봤지만 편리한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지라 전원주택에서의 겨울나기는 영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원생활을 준비 중이거나 막 시작한 이들은 대개 겨울나기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힌다. 겨울은 춥고 눈도 많이 오기에 생활이 불편하고 난방비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사실 전원의 사계절 중 겨울이 가장 길다. 기상학에서는 12~2월을, 절기상으로는 입동부터 입춘(立春, 2월 4일) 전까지를 겨울이라고 한다. 하지만 천문학적으로는 동지(冬至, 12월 22일)부터 춘분(春分, 3월 21일)까지를 가리킨다. 이를 놓고 보면 겨울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무려 5개월이나 된다. 강원도 산골에서 다섯 번째 겨울을 맞은 필자는 이를 절감하고 있다.

그럼 겨울 전원생활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할까. 먼저 입지적으로 볼 때 겨울 일조량이 풍부한 곳에 터를 잡고 집을 지어야 한다. 대체로 남향이나 동남향의 터가 그렇다. 예부터 풍수에서는 배산임수의 남향 터를 명당으로 보았다. 겨울철 일조량이 부족하면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게 정신건강의학계의 진단이기도 하다.

이런 물리적인 조건 못지않게 전원의 겨울을 맞는 마음가짐과 실천 또한 중요하다. 이는 겨울나무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혹한을 견디기 위해 겨울나무는 잎사귀를 모두 떨궈내고 모든 수액을 안으로 당기고 저장해 힘을 기른다. 심지어 자신의 일부분인 일부 나뭇가지를 스스로 고사시키기까지 한다. 벌거벗은 채로 추위에 맞서 자기의 내면을 더욱 담금질하기에 새 봄이 오면 다시 싹을 틔우고 열매도 맺는 것이다.

사람의 겨울 전원생활도 이를 배워야 한다. 편리한 도시의 아파트생활은 내려놓고 적극적으로 겨울을 받아들이고 극복해나가야 한다. 필자 가족은 한겨울에도 실내 온도 영상 8~15도에서 생활한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많이 입고 많이 덮고 자면 사실 그렇게 춥지 않다.

대자연이 동면에 들어간 겨울은 밀린 책을 읽고 글도 쓰고 명상도 하면서 자기의 내면을 살찌울 수 있는 값진 시간이다. 때때로 눈 덮인 산을 오르며 그 정기를 충전할 수 있다. 어떤 계절보다도 밀도 있는 자연과의 소통이 가능하다. 전원의 겨울은 비록 인고의 시간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추위와 혹독함을 녹여내고 대신 진정한 힐링과 쉼을 얻을 수 있다. 전원의 계절은 그래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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