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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W리스트] 한국 파이터 ‘악몽의 로블로’ 5선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지난 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열렸던 종합격투기대회 로드FC 019에서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남성 팬들은 마치 링에 오른 선수와 공격받은 것처럼 감정이입돼 다. 한국 파이터 이둘희(25ㆍ브로스짐)가 2라운드에 상대 후쿠다 리키(33ㆍ일본)에 킥과 니킥으로 연달아 낭심을 가격당한 뒤 쓰러진 것이다.

경기는 중단됐고 이둘희는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이송됐다. 그는 당분간 일상생활에 주의하고 운동은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일부터 일주일께까지 혈뇨가 나왔다. 이 경기는 최종 무효경기 처리됐다. 후쿠다 측은 반칙패를 면한 것이 다행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들은 이르면 내년 초 재대결이 추진된다.

반칙 공격인 낭심 가격은 이런 예처럼 자칫 경기 속행 불가능이란 사태를 불러온다. 만약 토너먼트 결승전이나 타이틀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대회 자체가 치명타를 입게 될 수 있다. 대개는 실수로 발생하지만, 간혹 고의적으로 이런 반칙공격을 하기도 한다. 한국 격투기 역사에서 최악으로 손꼽힐 만 한 로블로 사건 5건을 추려본다.

2회 연속 킥에 로블로를 당한 뒤 고통스러워하는 이둘희. 경기 후에도 수일간 혈뇨가 나올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전해진다. ‘가해자’ 후쿠다 리키는 반칙패를 예상했으나, 대회사는 무효경기 처리를 내렸다.

▶로드FC 3, 데니스 강의 고간에 찍힌 위승배의 무릎=지난 2011년 로드FC 3 ‘익스플로전’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슈퍼코리안’ 데니스 강과 ‘흑마’ 위승배의 경기가 마련됐다. 펀치 공방이 이어지던 중 위승배가 짧게 도약하며 레프트 니킥을 시도한다. 이 공격이 그만 데니스의 벨트라인 아래 하복부에 찍히고 만다. 데니스는 심판에 수신호로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에 앉았다. 어리둥절해 하던 주심은 데니스 강에게 TKO패를 선언한다. 하지만 데니스 측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지자 정문홍 대표가 직접 케이지 안에 들어가 정황을 살핀 뒤 경기를 속개를 지시한다. 승부는 2라운드 위승배의 니킥에 의한 TKO승으로 ‘정상적으로’ 끝났으나, 1회 초반 발생했던 상황이 로블로였는지 아닌지 논란이 불거졌다.

데니스 강은 경기 뒤 “낭심을 직접 맞진 않았지만 파울컵이 밀리면서 그와 같은 통증이 전달됐다”고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데니스 강이 통증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해당 부위 가격은 반칙이다. 즉 벨트라인 아래의 하복부는 전부 공격 금지 부위다. 어쨌든 판정이 번복되는 동안 데니스 강은 쉴 수 있었고, 2회 위승배는 확실한 공격으로 제대로 된 승리를 따냈다.

현역을 잠정은퇴한 데니스 강은 위승배와 경기에서 로블로 해프닝으로 맘 고생을 적잖이 했다. 사진은 다른 경기에서 패한 뒤 고통에 겨워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

▶레볼루션2, 메인이벤트에서 벌어진 불상사=올 9월 1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렸던 종합격투기대회 레볼루션2의 메인카드는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이나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김태헌이 아닌 명현만(29)이었다.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실력 본위로는 메인감이라는 대회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런 기대를 저버리듯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태클 시도를 하려는 상대 나카무라 유타의 낭심에 체중 실린 로킥을 날려버린 것이다.

나카무라는 캔버스에 드러누운 채 손을 덜덜 떨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경기를 속행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 최홍만의 당일 결장사태로 인해 어수선한 대회 분위기를 반전시킬 유일한 희망이었던 명현만은 명경기를 선사하는 대신 이렇게 1회 15초 만에 반칙패한 채 링을 내려와야 했다. 명현만은 중립 코너로 가 있는 동안 뜻 밖이란 표정을 지으며 “(낭심에 공격이) 안 들어갔어”라며 자신의 코너맨 측에 변명했다. 하지만 느리게 재생된 녹화 화면에서 그의 ‘범행’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명현만의 로킥에 강하게 고간을 차인 뒤 바닥을 뒹굴며 고통스러워하는 나카무라 유타. 이 경기는 명현만의 반칙패가 선언됐다.

▶스피릿MC 17, 권아솔 로블로에 심판 업어친 김도형=유명 파이터의 산실이었던 스피릿MC의 2008년 대회. 확고한 강자로 자리잡고 있던 김도형과 당시 무서운 신예로 통하던 권아솔의 경기였다. 권아솔의 처음 뻗은 로킥은 김도형의 낭심을 향했다. 김도형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링바닥을 강하게 내리치며 이례적으로 강한 항의를 한다. 권아솔이 고의적으로 로블로를 냈다고 본 것이다. 재개된 직후 권아솔의 킥이 다시 로블로가 됐다. 인내심을 버린 김도형은 말리러 들어오는 이수용 심판마저 업어치기로 메쳐버린다.

장내 심판진은 이런 김도형을 달래 휴식시간을 준 뒤 경기를 속행시킨다. 하지만 평정심을 잃은 김도형은 권아솔의 힘을 앞세운 페이스에 말리며 결국 판정패하고 말았다. 김도형은 당시를 회상하며 “고의적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며 혀를 내두른 바 있다. 


김도형의 암바 시도를 벗어나기 위해 권아솔이 김도형의 몸을 뽑아들고 있다. 이 경기에서 권아솔은 고의로 의심되는 로킥을 연달’아 차 김도형을 흥분시켰다.

▶네오파이트 4, 고의성 짙은 3연속 낭심 니킥에 혼절한 한석훈=2004년 9월12일 지금은 사라진 김미파이브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네오파이트 4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스타일의 한석훈(당시 2승1무1패)과 2승1패의 신예 이시노 타카시가 대결했다. 이시노의 클린칭 무릎치기가 금적으로 향하자 한석훈이 한 차례 쓰러졌다. 5분 가까이 휴식이 주어진 뒤 재개된 경기에서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비명이 터진다. 이시노가 클린칭 무릎치기를 반복한 게 다시 낭심에 꽂혔다. 한석훈은 경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고개를 수 차례 젓는다. 얼굴은 퍼렇게 질린 상태였다.

대회 관계자가 이런 한석훈을 강하게 설득한다. 다시 10여분 뒤 경기가 재개된다. 그러나 곧 다시 한석훈을 껴안고 링포스트로 밀어넣은 뒤 똑같은 무릎치기로 한석훈의 중요한 곳을 가격했다. 이번엔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나올 만 한 처량한 울부짖음’과 함께 거목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석훈은 경련을 일으키며 실신했고, 주최측은 곧바로 경기종료 공을 울린 뒤 이시노의 반칙패를 선언했다. 한석훈은 그 뒤 단 한번도 링에 오르지 않았다.

다부진 인상의 스트리트파이터 출신 한석훈. 상당한 정신력에 강한 펀치를 소유했으나 로블로 연속 3방은 견디지 못했다. 이 경기 뒤 한석훈은 다시는 링에 오르지 않았다.

▶엉망된 K-1 2007 홍콩대회, 무사시 고환 3번 찬 태권 킥=비록 국내 대회는 아니지만 한국 선수의 로킥이 해외 대회를 망쳐버린 발단이 된 경우가 있다. 2007년 K-1 홍콩대회였다.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박용수와 일본 에이스 무사시의 원데이 토너먼트 8강전. 경기 초반 박용수의 로킥이 3번 연속으로 무사시의 파울컵을 찼다. 특히 마지막 세 번째의 낭심 공격에는 ‘뻐걱’ 하는 플라스틱 깨지는 소

자신에게 로킥과 미들킥으로 낭심 가격을 한 박용수를 실신KO 시킨 뒤 분이 풀리지 않는지 달려가 밟으려 드는 무사시. 링세컨드가 뺨을 때린 뒤에야 간신히 진정시킬 수 있었다.

리와 함께 무사시가 바닥에 나뒹군다. 사우스포인 무사시의 스탠스와 박용수의 앞으로 뻗는 킥 동작이 겹쳐 만들어진 불상사였다. 2회 들어 기회를 잡은 무사시는 양훅 러시로 박용수를 몰아쳐 실신KO승을 거둔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회에 겪은 고통이 떠오른 듯 기절한 박용수에게 침을 뱉고 발로 밟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저질렀다. 무사시는 당일 이어진 4강전에서 한국 투포환 출신 랜디 김을 이기고 올라온 중국의 신인급 선수인 왕치앙에게 또 한번 금적 공격을 당하며 쓰러졌다. 무사시의 링세컨드는 결국 타월을 투척해 경기포의 의사를 전해야 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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