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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박도제> 인터스텔라와 국회선진화법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주인공 ‘쿠퍼’는 막내 딸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인류가 살아갈 또다른 행성을 찾으러 우주로 날아간 그가 처음 도착한 곳은 밀러행성. 이 곳에서 1시간은 지구에서 7년과 같다는 이야기에 쿠퍼는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수백미터에 이르는 파도에 부딪혀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중년의 나이에 이른 것을 알게 되고 주인공은 블랙홀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는 모험에 나선다.

이 영화의 흥행 코드는 중력에 따라 시간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점이다. 빛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 영상은 3시간에 이르는 영화가 순식간에 끝난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흡입력이 컸다. 영화는 주인공이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블랙홀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끝나지 않는다. 블랙홀에서 과학자인 딸과 소통하게 되고 다시금 딸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이 깨어났을 때 이미 딸은 임종을 앞둘 정도로 나이가 든 상태. 딸과 약속을 지킨 주인공은 또다른 행성을 찾기 위해 우주로 향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는 소재는 ‘시간’이다. 인류에게 주어진 생명의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우주로 날아가며,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블랙홀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시간과 공간을 떠난 새로운 영역을 확인하게 된다. 시간과 함께 순간순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시기’이다. 주인공이 밀러행성에서 조금만 일찍 출발했더라도 주인공은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을 것이다.

‘시간’과 ‘시기’는 영화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하루 생활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그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도 시간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구조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수백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세월호침몰 사고 이후 ‘골든타임’은 시간은 물론 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용어로 자리잡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골든타임을 외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시간과 시기는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처리 대상 법안의 우선순위와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압박용으로 자주 활용된다. 최근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과 함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앞두고 여야가 9년만에 북한인권법 처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시기가 작용한 탓이다.

예산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은 시간과 시기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내년 예산심의가 법정시한(11월 30일)까지 끝나지 않을 경우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도록 한 것인데, 매년 해를 넘기며 예산안을 처리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골든타임을 여야가 합의해 법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준법의 가치는 시기와 관계없이 지켜져야할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심사도 예산 심사 시기에만 가능하다.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철저한 예산 심사를 위한 것이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시기’를 놓쳐 일을 그르치는 게 아니라면 시한을 연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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