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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리포트] 농촌은 지금…일용이 대신 옥택연
첨단 IT기기로 무장한 세련된 총각들이 농촌으로 몰려온다
‘농촌 총각’. 한 때는 이 단어를 떠올리면 드라마 ‘전원일기’에 나왔던 일용이가 그려졌다.

햇볕에 까맣게 탄 얼굴과 부스스한 머리에 대충 구겨넣은 ‘농협’ 마크가 새겨진 녹색 모자, 목이 약간 늘어나고 흙이 여기저기 묻은 티셔츠에 허리까지 추켜입은 통 넓은 바지와 무릎까지 오는 고무 장화 차림은 농촌 총각의 전형과도 같았다. 여기에 결혼이 어려워 혼기를 놓친 노총각이 많고, 느즈막히 신부감을 찾아 동남아시아로 ‘결혼 원정’을 떠난다는 웃지 못할 사회현상까지 더해지면 농촌총각의 이미지는 ‘안타까움’, ‘불쌍함’으로 남곤 했다. 


‘불쌍한 일용이’로 대변되던 농촌 총각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 출연하는 가수 옥택연처럼 잘생긴 외모와 근육질 몸매로 여심을 자극하는 청년 농부가 있는가하면,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스마트폰 등 첨단IT 기기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수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농촌 총각도 있다. 친환경과 유기농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담은 삶을 살아가는 농촌 청년들도 있다. 이들이 2014년 한국 농촌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 아이콘으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 드라마 전원일기(위 사진)의‘ 일용이’로 대변되던 농촌 총각이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 출연하는 가수 옥택연(아래 사진)처럼 잘생긴 외모와 근육질 몸매로 여심을 자극하는 청년 농부로 변하고 있다. [사진=MBC홈페이지·tvn 삼시세끼 페이스북]

1960~1970년대 산업화와 함께 줄기차게 빠져나가기만 했던 30대 이하 청년들이 농촌으로 다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불과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시작됐던 2008~2009년 청년 귀농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30대 이하 귀농ㆍ귀촌 가구 수는 2008년 359가구에서 2010년 612 가구, 2011년 1734 가구, 2012년 4661가구로 매년 증가했고 지난 해에는 5060가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00가구를 넘어섰다. 지난 5년 간 무려 1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속되는 불황으로 인한 고용 정체, 높아지는 취업 관문, 각박한 도시의 삶에 지친 청년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농촌으로 몰려들고 있는 셈이다.

단순한 도피가 아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 여기에 첨단 IT 기기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까지 더해 청년 농업가로 거듭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수억원대 매출을 달성하는 청년 농업가 수만명의 SNS 팔로워를 거느린 농촌 청년도 있다. 후배들이 농업에서 더 나은 미래를 찾도록 노하우를 공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농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젊은 피를 수혈받은 곳에선 새로운 활력이 생기고 있다.

농업으로 눈을 돌려 창업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고 이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도 나타난다. 또 스마트폰과 SNS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이나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농민들과 공유하며 농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는 지자체에서 청년 귀농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전에 나서는가 하면 국회에서도 일본이나 EU처럼 청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귀농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귀농귀촌지원센터를 통해 귀농 또는 창농(創農)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청년들의 귀농귀촌이 늘면서 농촌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청년들이 농업을 좀 더 창의적이고 재기발랄하게 이끌어 가는 힘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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