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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수 펑크에…월급쟁이‘유리지갑’만 꼬박꼬박 털렸다
세수진도율 전년比 5%P 하락
관세·법인세·부가세 감소 속
소득세는 작년보다 3조8,000억↑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장인 A 씨는 내집 마련을 위해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소득세 36만원, 국민연금ㆍ고용보험 등 4대 보험으로 40만원 가량이 원천 징수돼 꼬박꼬박 세금으로 빠져 나간다. 게다가 월세에 대출이자까지 내고 나면 남는 생활비가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극심한 세수 부진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소득세 세수만 증가하면서 정부가 A 씨와 같은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만 털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1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국세수입은 152조6000억원으로, 징수실적을 나타내는 세수진도율(결산 대비)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포인트 하락했다.

그런데 9월까지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소득세는 38조1000억원을 걷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8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관세는 자유무역협정(FTA)과 환율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1조3000억원 줄었다. 법인세도 기업 실적 부진으로 9000억원 감소했고, 상품이나 물품에 붙는 부가가치세도 소비 부진으로 6000억원 덜 걷혔다.


소득세는 ‘세수펑크’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 2011년 42조3000억원이 걷혔던 소득세 세수는 2012년에는 45조8000억원으로 늘었고, 8조5000억원 ‘세수펑크’가 난 2013년에도 47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도 10조원 넘는 세수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득세만큼은 54조3000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와 달리 법인세는 2011년 44조9000억원에서 2012년 45조9000억원으로 1조원 증가했지만 지난해 43조9000억원으로 2조원 감소했다. 올해도 9월까지 실적이 36조3000억원으로 저조하다. 예산정책처는 올해 법인세 세수 실적이 정부 예산인 46조원보다 2조6000억원이 적은 43조4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세 수입 결손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게 법인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부가세 역시 지난해 56조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올해는 55조900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산정책처는 내다봤다. 이밖에 개별소비세와 증권거래세도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와 증시 부진으로 정부가 예상하는 것보다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소득 파악이 쉬운 월급쟁이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부족한 세수를 메우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득세 세수는 취업자 수가 늘고,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오른다. 여기에 지난해 말 세법개정에 따라 소득이 3억원 이상인 사람이 최고 높은 소득세를 내던 것에서 소득 1억5000만원 이상으로 바뀌어 그만큼 소득세가 더 걷히게 됐다.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을 반영한 원천징수세액 인상도 소득세 세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예산정책처는 올해 세월호 여파에 따른 내수 부진과 기업 수익성 악화로 내년 경기 전망이 밝지 않고 기업들의 실적도 좋지 않아 법인세나 부가세 증가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산정책처가 전망한 내년 법인세 세수는 44조6000억원, 부가세는 58조9000억원이다. 반면 소득세 세수는 취업자 증가 등으로 58조원 가량이 걷혀 전체 국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심혜정 예산정책처 세수추계과장은 “세수결손이 내년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기업의 실적 부진, 더딘 내수 회복 등이 내년에도 법인세, 부가세 등 소비세 증가를 제약하는 가운데 소득세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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