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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원 골퍼’ 허인회의 웃음기 뺀 진지한 꿈 “PGA 투어 도전”
‘4차원 골퍼’ 허인회(27·JDX스포츠)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또 한 번 기분좋은 ‘사고’를 칠 뻔 했다. 

지난달 JGTO 역대 최저타(28언더파) 신기록을 쓴 그가 40년 간 한국 선수가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대회서 우승 문턱까지 갔기 때문이다. 23일 일본 미야자키현 피닉스CC에서 끝난 제41회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였다. 최종라운드 중반까지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우승)와 공동선두였던 그는 15번홀 더블보기에 발목이 잡혀 5위로 아쉽게 대회를 마쳤다. 

경기 후 소감은 “아, 정말 우승할 줄 알았는데!” 였다. 노랗게 탈색한 헤어스타일, 자신의 샷 결과에 숨김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리액션, 유쾌한 입담으로 일본 갤러리와 취재진들에게 웃음을 주는 허인회다웠다. 

그런 그가 전혀 우습지 않은 꿈을 밝혔다. 오는 12월8일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하는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 PGA 투어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미야자키에서 만난 허인회는 평소와 달리 웃음기 뺀 진지한 목표를 처음으로 밝혔다.

▶“정말 야디지북이 없습니까?”=한국 선수에게 한 번도 우승을 허락하지 않은 대회여서 더 욕심이 났다. 그러나 욕심이 화를 불렀다. 15번홀 그린 옆 리더보드에 자신의 이름이 공동선두에 있는 걸 보자마자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그러나 허인회는 일본 투어 ‘빅5’에 꼽히는 이 대회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일본 언론과 골프팬들이 허인회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가 튀는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상으로 플레이 스타일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허인회는 코스전략용 야디지북을 보는 일이 좀처럼 없다. 그렇다고 남은 거리를 캐디에게 묻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감을 믿고 돌진한다. 

“정말 야디지북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일본 기자들에게 “돈이 없어서 못샀다”고 농담으로 받아쳐 취재진을 폭소케 한다. 일본 언론은 “야디지북도 안보는 허인회는 틀에 박히지 않은, 야성미를 느끼게 하는 플레이가 특징이다. 28언더파의 대기록을 쓴 날도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연습샷 세 번만 하고 티박스에 올라 화제가 됐다”며 놀라워 했다. 

그는 야디지북을 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직 원하는 곳에 공을 떨어뜨릴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 목표 거리에서 20야드 오차가 나기도 하는데 굳이 야디지북을 볼 필요가 있을까” 되묻는다. 캐디에게 클럽 선택을 묻지 않는 것도 “만약 결과가 안좋을 경우 캐디 탓을 하게 될까봐”라고 한다. 

야디지북 없이도 그는 이 대회서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1위(294.88야드), 그린적중률 1위(77.78%)의 매서운 샷 감각을 과시했다. 일본 투어 장타 1위(299.95야드)와 퍼트 3위(1.73개)도 굳게 지키고 있다.

▶“시즌 최종전 우승→군 입대→PGA 투어 도전”=대회 3라운드서 허인회와 동반 플레이 한 마쓰야마 히데키(22)와 조던 스피스(21·미국)는 PGA 투어에서 1승씩 거둔 떠오르는 스타들이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허인회에게 “PGA 투어에 언제 올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허인회의 장타력과 경기 운영 스타일이 미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의미다.

허인회는 “두 선수와 함께 플레이하면서 미국 투어에서도 거리만큼은 뒤지지 않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그런데 나보다 어린 친구들인데도 배울 점이 있었다. 정말 프로답게 플레이하더라. 첫 홀 티샷부터 마지막홀 퍼트까지 모든 샷을 신중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국군체육부대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상무골프단 입대가 확정된 허인회는 “군 제대 후 PGA 투어에 도전하겠다. 예전에는 왠지 한국과 일본에서 멀리 벗어나는 게 꺼려졌는데, 군 복무를 마치면 정말 미국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실력과 가능성을 세계 최고의 정글에서 시험해 보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허인회는 그에 앞서 “우선 올시즌을 잘 마무리하겠다. 남은 2개 대회(카시오월드오픈, JT컵) 중에서 우승을 한 번 더 하고 싶다”며 “특히 JT컵은 첫 출전이지만 잘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작년에도 시즌 마지막 대회(헤럴드·KYJ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처럼 올해도 마지막 대회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며 눈빛을 빛냈다.

미야자키(일본)=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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