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송가연 50만원?…파이트머니의 오해와 진실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미녀 파이터’로 연예인급 인기를 끌고 있는 송가연(20ㆍ팀원)이 이달 초 방송된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격투기 선수들의 파이트머니가 대단히 작은 편이라고 밝힌 것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방송에서 MC 김구라 씨는 “프로는 돈으로 평가 받아야 하는데 상품성 있고 많이 알려진 송가연 선수 파이트머니가 50만원이다. 반면 김동현 선수는 1억원이다. 이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이에 대해 송가연이 따로 부인하지 않은 채 “한국은 아직 선배들도 파이트머니를 많이 못 받는다. 지금 밥 먹고 잠만 잘 수 있으면 된다”고 말한 게 오해를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착취 구조가 아니냐는 것이다.

▶로드FC 측 “방송 편집상 빚어진 오해에 진땀”=이에 대해 송가연의 소속사인 로드FC(Road Fighting Championship) 측에서는 한동안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억측이 잦아들지 않자 로드FC 측도 일부 영업상 기밀을 공개하면서까지 적극적인 해명을 하기로 했다.

정문홍 로드FC 대표는 “로드FC의 신인급 영건스 출전자들의 미니멈 개런티는 100만원이며 이후 경력순으로 인상된다”면서 “송가연 선수의 경우는 이와 별도로 대회사 본부체육관인 서두원짐의 코치로서 월급을 받으며, 광고 출연시 계약대로 매월 정산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로드FC가 신인급 선수의 최저 대전료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 연예인으로서의 송가연은 절대 미모를 어필한다. 사진제공=bnt뉴스 / 포토그래퍼 최승광

송가연을 통해 자초지종을 파악한 대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송가연이 이 프로그램의 사전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환경이 열악하다는데 50만원이라도 많이 받는 거냐’는 질문을 받고 ‘많이 받는 편이다. 그렇게 받는 선수들도 있다’고 대답했다. 이런 답변은 선수들의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담아내려는 편집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본 방송에선 엉뚱하게 ‘송가연 대전료 실수령액 50만원 하소연’으로 왜곡된 것이다.

로드FC 측은 처음부터 이 일에 대해 대단히 난감해 했다. 자칫 ‘송가연이 거짓말을 한 것이냐’는 또 다른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해에 이골이 난 것은 로드FC나 송가연이나 마찬가지지만, 서로 한솥밥을 먹는 처지에서 ‘식구’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만은 절대로 피하고 싶다는 게 로드FC의 초지일관된 기본 입장이었다.

정 대표는 “경력이 뛰어난 유명 선수는 수천만원까지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표가 회사 자금이 아닌 사비로 파이트머니를 지급하는 상황이라 파이트머니와 관련한 그 이상의 자세한 공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며 말을 아꼈다.

정 대표가 대회 운영비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일부 집어넣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순수 흥행 수익만으로는 대회 운영자금을 충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짜 관전문화가 만연한 국내에서 수만원대 입장권을 지불하고 경기장을 찾거나, 유료 PPV로 경기를 시청할 이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경기복과 오픈핑거드 글러브를 낀 파이터로서의 송가연. 케이지 안팎의 그녀의 모습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달라진다. 사진제공=로드FC

▶파이트머니를 바라보는 상반된 두 개의 시선, 선수와 프로모터=비단 이번 해프닝뿐 아니라 격투기 종목에서는 파이트머니를 둘러싼 오해와 갈등이 상존한다. 금액이나 산정기준을 모두 오픈하면 이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지만 대부분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를 꺼린다. 이를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다. 세계적인 메이저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야구는 이적료와 연봉을 공개하는 반면, 축구는 비공개다. 장단점이 있다.

대전료 산정기준은 일반인이 짐작하는 것과 거의 같다. 국내 입식격투기 최대 단체 중 하나인 세계킥복싱연맹(WAKO) 산하 대한킥복싱협회(KAKO)의 공선택 사무총장은 “최우선 기준은 해당 선수의 흥행력, 곧 티켓 파워다. 하지만 국내 여건상 아직 이렇다할 티켓 파워가 있는 선수는 없어 인지도와 전적, 가능성 등을 고려해 대전료를 책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준에 대해 선수들은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항상 선수와 프로모터간 갈등은 있다. 선수는 파이트머니를 생계비이자 몸값이라고 생각하고, 프로모터는 투자라기보다 경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수는 실수령액을 자신이 받은 돈으로 생각하지만, 프로모터는 세금 등 부대비용, 심지어 상대 선수의 파이트머니까지를 모두 묶어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확연한 생각의 차이가 있다.

근래 한 스타급 선수가 파이트머니의 불만으로 타단체로 이적한 일이 있었다. 그와 싸울 해외 유명선수의 파이트머니는 수천만원인데 반해 자신은 수백만원에 불과했던 게 발단이다. 이에 대해 프로모터와 선수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다. 프로모터 측은 소속된 한국 선수의 가능성을 믿고 더 큰 선수로 키우기 위해 큰 돈을 들여 해외 선수를 데려와 대전시킨다는 입장인 반면, 선수는 그렇게 쓸 돈이 있으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달라는 입장이 된다.

지난 해 말 복싱계에서도 큰 일이 났었다. 세계 타이틀에 도전할 만 한 재능으로 주목받던 모 선수가 “한 해 4억씩 벌게 해 주겠다”는 해외 거주 한국인 프로모터의 권유를 받고 도미한 것이다. 이 선수는 현지에서 아직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 소식에 정통한 복싱 관계자는 “금액의 비현실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선수가 자신을 위해 노력해온 기존 체육관 지도자와 프로모터에 대해 신뢰하지 못 하는 서글픈 현실이 드러난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한국권투연맹(KBF) 정선용 사무총장은 “선수 대전료는 통상 원천세를 1~3% 뗀 후 다시 33%는 매니지먼트 피, 10%는 트레이닝 피로 빠진다”며 “그래서 40만원 대전료를 받으면 실제 선수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20만원 약간 넘는 정도가 된다. 일부 관장들은 자신이 받을 금액을 포기하고 선수에게 고스란히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격투기도 복싱과 사정이 비슷하다. 대전료가 100만원 이하로 적으면 “나중에 스타 돼서 큰 돈 벌면 그 때는 나도 떼겠다”며 일단 통째로 선수들에게 주는 관장들이 많다.

▶파이트머니 천차만별… 시장발전과 함께 점진 인상돼야=파이트머니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복싱영웅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는 한 경기 3000만 달러(약 333억원)를 받는다. 격투기에선 최대단체인 UFC의 헤비급 챔피언 케인 벨라스케즈 등 극소수가 대전료로 한 경기 당 50만 달러(약 5억원) 안팎을 받는데, PPV 수익 배당으로 10억~20억원을 따로 챙길 수 있다. UFC에 진출한 한국 파이터로는 가장 많은 돈을 받는 김동현은 한 경기당 승리수당 포함 1억원 가량을 받는데, 30% 가량은 세금으로 빠지며 매니지먼트 피와 트레이닝 피 등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더 줄어든다. 어쨌든 일반 샐러리맨들이나 국내 무대에서만 뛰는 격투기 선수들에게는 입이 쩍벌어지는 액수다.

반면 로드FC의 미니멈 개런티는 100만원이다.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낮다면 낮고, 높다면 높은 금액이다. 프로모터들의 주장과 업계 관계자들이 늘상 호소하는 열악한 흥행환경을 감안하면 이는 높은 수준으로 봐야 옳다. 2000년대 ‘격투기 레스토랑’ 김미파이브에서 매일 열리던 경기에선 승자 40만원, 패자 20만원의 대전료가 책정됐었다. 반면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도 맞다.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흥행에도 기여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점진인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정선용 사무총장은 “82~84년 당시 신인급 프로선수들의 파이트머니는 라운드당 1만원씩 4라운드 4만원에 불과했다”고 회고하며 “근래 들어 라운드당 10만원으로 올라 4라운드짜리 선수는 40만원을 받는다. 한국 챔피언의 파이트머니는 이달부터 결의에 따라 인상됐다. 과거 200만원에서 100% 인상된 4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1월 7일 KBF 한국 라이트급 챔프 이사야(31ㆍ코리안복싱클럽)가 대전료로 프로모터로부터 300만원을 지급받았고, 추후 KBF의 지원으로 100만원을 추가 지급받게 될 예정이라고 KBF 측은 밝혔다.

송가연은 오는 12월 1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로드FC 020’ 대회에서 일본의 베테랑 타카노 사토미를 상대로 2승에 도전한다. 아직은 넉넉하지 못 한 송가연의 대전료. 그가 스타성을 발휘하면서 계속 전적울 쌓고 승률을 높게 유지할수록 대회의 흥행과 함께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기대된다. 

yj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